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있다. ‘친환경 경영’을 천명한 월마트가 세제 납품업체의 상품과 유통가격 조정을 통해 소비자의 세탁 문화까지 바꾼 셈이다.
월마트가 친환경 정책을 내건 지 2년을 맞아 파이낸셜타임스가 9일 이 회사의 ‘녹색 정책’을 중간 평가하고 환경단체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찬반 논란을 집중 조명했다. 전 세계에 매장을 둔 월마트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수산물 코너에서 국제양식연합(GAA)의 ‘지속 가능한 생태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키운 수산물만을 취급하겠다고 밝히자 수산업체들이 앞 다퉈 양식 방법을 바꾸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예.
폴리염화비닐(PVC) 사용을 줄여 달라는 월마트의 요구도 화학업체들의 대책 마련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기업과 거래를 축소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납품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월마트의 시도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소극적인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하지 못하는 환경정책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구나 이처럼 월마트가 유도하는 변화는 업체 간 경쟁을 촉발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되기 마련이다.
세탁용 세제의 경우 유니레버의 초강력 세제에 맞대응해 P&G나 헨켈 등이 잇따라 유사제품 홍보를 강화하면서 정부의 규제 없이도 시장 흐름을 바꿨다.
국제기업윤리(CEI)의 마이클 막스 씨는 “관련 기업 5만 개를 거느린 월마트가 거대한 시장 파워를 이용해 의회도 하지 못하는 환경 관련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경파 환경론자들은 월마트가 친환경 정책으로 포장할 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럴싸한 환경 캠페인에 가려 근본적인 환경문제 해결 방안에는 손을 대지 못하기 쉽다는 것.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커트 데이비스 수석연구원은 “월마트가 진정 환경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환경단체들이 환경 파괴 주범이라고 비판하는 몇몇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월마트가 투자가 요구되는 친환경 정책과 저가 판매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보니 납품업체 옥죄기와 노동자 착취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정부를 상대로 이뤄지던 각종 환경 관련 로비 활동이 월마트에 쏠리는 것도 부작용 중 하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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