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봐야 큰돈 못번다” 고려인 ‘코리안 드림’ 시들

  • 입력 2007년 9월 22일 02시 57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에 살고 있는 50여만 명의 고려인 동포의 ‘코리안 드림’이 냉각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방문 취업제를 통해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도록 문을 활짝 열었지만 그들은 외면하고 있다.

○ 한국 방문 열기 저조

정부가 올 3월 시작해 이달 14일 마감한 ‘무연고 동포 방문취업 비자 신청’ 결과 CIS 모든 지역에서 신청자가 정원에 미달했다. 이번에 처음 실시하는 방문 취업제는 한 번 비자를 받으면 한국에서 3년간 취업을 할 수 있다.

정부는 당초 신청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우즈베키스탄 4000명, 러시아 2500명, 카자흐스탄 1336명, 우크라이나 700명 등으로 인원을 제한했다. 주러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3년 전 이 제도를 검토할 때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취업 기회를 찾던 고려인이 너무 많아 정원을 정했다”고 말했다.

고려인 20여만 명이 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신청자가 너무 많으면 한국어 능력 시험으로 방문자를 뽑을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접수 결과 우즈베키스탄은 정원 미달률이 37%에 이르렀으며 러시아도 32%가 부족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8명만이 비자를 신청했다.

○ 한국이 더 살기 힘든 나라?

CIS 현지 고려인들은 ‘한국에서 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방문취업제에 대한 냉담한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서 5년째 살고 있는 고려인 유리 최(53) 씨는 한국을 다녀온 친척으로부터 “한국 생활이 고단하다”는 얘기를 듣고 비자 신청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이바노프 김(35) 씨는 “최근 한국도 실업난이 심각해 한국에 가도 공사장이나 식당 등을 떠돌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CIS 경제가 회복된 것도 한국 방문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고려인 밀집지역인 러시아 로스토프나돈누에서 일하는 김원균 한국교육원장은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의 임금이 2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오른 것도 ‘코리안 드림’ 열기를 냉각시킨 원인의 하나”라고 말했다. 바실리 조 모스크바 고려인협회장은 “한국 방문과 문화에 대한 관심은 고려인보다 카자흐스탄이나 러시아인이 더 많은 실정”이라며 “잃어버린 민족의식을 복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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