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는 공영방송 ‘프랑스 텔레비지옹’ 그룹의 시청료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오락 프로그램 방영 중 중간광고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도 거부하기로 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곧 이 같은 결정을 밝힐 것이라고 25일 보도했다. 프랑스 텔레비지옹 그룹은 프랑스2, 프랑스3, 프랑스4, 프랑스5, 해외 프랑스령 네트워크 등의 채널을 갖고 있다. 프랑스에서 시청료 인상권은 정부에 있다.
엘리제궁의 조르주 마르크 브나무 대통령 시청각담당 보좌관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1987년 TF1 민영화 이후 정부는 공영방송 주주로서의 권리를 적극 행사하지 않았지만 이번만은 그럴 수 없다”며 “공영방송은 시청료 인상이나 중간광고 허용을 요구하기 전에 채널 통폐합을 통한 경영 합리화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간광고는 단순한 광고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공영방송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신문 등 다른 뉴스 매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디지털 혁명 시대에 방송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TV 시청료는 영국이나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주민세와 함께 고지되는 준(準)조세적 성격을 띠고 있어서 국민의 불만이 높다. 영국과 독일의 공영방송은 각각 TV 라이센싱, GEZ 등 자체 수금센터를 운영한다. 프랑스도 과거 자체 수금센터를 운영했으나 2005년부터 주민세와 함께 고지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텔레비지옹 그룹의 파트리크 드 카롤리스 회장은 그동안 디지털방송과 고화질방송 시대를 맞아 공영방송의 현대화에 드는 비용이 막대하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는 국민의 불만이 높은 시청료 인상으로는 비용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중간광고 허용을 함께 요구했다.
그러나 크리스틴 알바넬 문화장관은 시청료 인상 요구를 일축하고 내년 정부보조금을 3.5% 인상하는 데 만족하라고 제시했다.
그는 중간광고 허용 요구에 대해서도 “이미 인쇄 뉴스매체는 무가지의 출현, 인터넷의 성장으로 충분히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는 언론 매체의 균형이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문 등 인쇄 뉴스매체뿐만 아니라 TF1, M6 등 민영방송도 공영방송에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자신들의 광고 시장이 잠식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엘리제궁은 공영방송의 개혁을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미디어 2012’의 구성을 제의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수신료 7%인하로는 부족 자회사 30%감축도 불충분”▼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수신료 인하 방안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NHK 경영위원회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집행부가 제출한 ‘차기 경영 5개년 계획’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고 재검토를 지시했다. 외부인사 12명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는 회장과 감사를 임면하고 예산 및 사업계획을 의결하는 기관이다.
경영위원회가 이처럼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이유는 경영계획의 뼈대인 경영합리화 및 수신료 인하의 내용과 폭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NHK 집행부는 현재 월 1345엔인 컬러TV의 수신료(계좌이체 기준)를 100엔(약 7%) 인하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고모리 시게타카(古渡重隆·후지필름홀딩스 사장) 경영위원회 위원장 등 일부 위원은 10% 인하를 요구해 집행부 측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특히 경영위원회와 집행부의 의견 불일치가 3%라는 수치의 차이로 단순화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고 전했다.
고모리 위원장은 ‘10% 인하’라는 목표치를 내걺으로써 과감한 경영합리화를 유도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집행부가 지난주 제시한 타협안은 경비 절감을 강화해 수신료 인하 재원을 100억 엔 늘린다는 선에 그쳤다.
집행부의 타협안은 향후 5년간 수신료 수입 중 시청자 환원분을 당초 6.5%에서 6%대 후반으로 늘리는 정도여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경영위원회의 판단이다.
경영위원회는 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A4용지 7쪽 분량의 ‘견해’를 통해 “어중간한 수신료 인하가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모리 위원장은 수신료 인하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 위해 경영위원회와 집행부, 제3자로 구성된 ‘경영개혁지도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위원회는 ‘견해’에서 현재 34개에 이르는 자회사를 24개로 줄이는 것을 뼈대로 집행부가 마련한 경영합리화 계획에 대해서도 “불충분하다”고 비판했다.
또 인터넷을 통한 프로그램 판매 등 콘텐츠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방송 이외의) 부수입 증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NHK는 이날 경영계획의 주요내용을 보도할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고 경영위원회가 승인을 거부하리라곤 예상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시모토 겐이치(橋本元一) NHK 회장은 경영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경영위원회가 ‘견해’를 갑작스럽게 발표한 만큼 내용을 충분히 살펴본 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