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쓰나가리’ 사라진다

  • 입력 2007년 10월 1일 03시 00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경제가 승승장구한 핵심 요인으로 ‘일본 특유의 기업 조직문화’를 드는 사람이 많다. 회사 내의 이른바 ‘쓰나가리(つながり·유대, 연결고리)’가 회사와 사원, 사원과 사원 사이의 관계를 돈독히 해 생산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충성심에 가득한 사원들은 초과근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회식이나 야유회 자리도 자주 마련돼 협동심을 길렀다. 회사는 사원이 정년 때까지 일하도록 보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끈끈한 유대가 최근 사라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07년도 일본국민생활백서에 따르면 ‘회사에 공헌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 20대 이하의 40.9%가 부정적, 21.8%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60대 이상의 경우 72.9%가 긍정적으로 답해 대조를 보였다.

이 같은 변화의 요인으로는 1990년대의 장기 불황과 새로운 세대의 의식 변화가 꼽힌다. 무엇보다 의사소통의 단절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에는 업무상 필요한 얘기도 e메일로 전하는 경우가 많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의 지난해 조사에선 회사 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직장인이 4분의 1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회식문화도 사라지고 있다. 내각부의 올해 조사에서 직장인의 51.8%는 “회식자리에 거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끼는 일본인도 늘고 있다. 사원들의 ‘마음의 병’이 늘었다는 기업은 2002년 48.9%에서 지난해 61.5%로 증가했다.

일본국민생활백서는 ‘경제의 글로벌화’도 중요한 변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이 저임금을 내세운 아시아 기업의 도전으로 극심한 경쟁에 휩싸이면서 기계적인 기업문화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1990년대 초 시작된 불황으로 명예퇴직자가 속출하면서 ‘정년 보장’은 무너졌다. 기업은 교육과 투자를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며 피고용인을 ‘가족’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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