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세계경제 녹일 수도”

  • 입력 2007년 10월 10일 03시 02분


■ 모건스탠리 ‘기후변화…’ 보고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세계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기후 변화가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환경 피해(Damage)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로 꼽혀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엘가 바르트슈 유럽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9일 내놓은 보고서 ‘기후 변화 경제학 입문서’를 통해 “기후 변화는 공산주의 몰락이나 인터넷 혁명에 맞먹을 정도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기후 변화,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

모건스탠리는 이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세계 각국의 보호주의 정책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주요 선진국이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각종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 개발도상국이나 다른 선진국의 수출이 어려워진다고 내다봤다. 또 수출이 둔화된 개도국이나 다른 선진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이게 돼 국제 무역 위축에 따른 상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진다. 이 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생산도 줄어들어 불황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특히 기후 변화가 몰고 오는 자연재해와 질병은 정부나 기업의 재정 상태가 열악한 나라에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만큼 개도국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모건스탠리는 내다봤다.

또 기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국가의 통화(通貨)는 금융시장에서 약세를 면치 못해 외환 시장에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이 보고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가장 영향을 받을 자원은 공기가 아니라 ‘물의 질(質)과 이용 가능한 물의 양(量)’이라고 강조했다.

○ 개도국이 기후 변화에 더 취약해

모건스탠리는 미국 일본 등 10개 선진국과 한국 중국을 비롯한 15개 개도국 등 총 25개국을 대상으로 △천연자원 부존량 △과거와 현재 오염 수준 △환경정책 △환경 개선 능력 등 76개 항목을 조사해 만든 ‘환경 지속성 지수(ESI)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했다.

ESI 조사를 통해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 재해나 질병 발생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한국이 꼽혔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산업활동이 활발한 중국 옆에 위치한 데다 인구밀도가 높아 환경 재앙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감안된 결과다.

한국 다음으로는 파키스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순으로 자연재해나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한국이 파키스탄이나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비해 국민 건강관리, 환경오염 방지 대책 등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아 실질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 피해가 가장 큰 국가로는 우크라이나가 뽑혔다. 이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순으로 석유 같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개도국이 온실가스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화진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는 “이들 국가는 석유를 채굴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비(非)산유국에 비해 많이 발생하는 데다 낮은 국내 에너지 가격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산업 생산 구조를 갖고 있어 온난화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 유럽-일본은 경제적 기회 잡을 수도

모건스탠리는 ESI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종합해서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중국, 이란을 기후 변화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았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개도국인 이들 나라는 현재 자원 개발과 공해를 유발하는 산업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와 질병 발생 위험이 급증하고 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미국과 호주, 공해가 심한 러시아와 중국에 각각 인접한 폴란드 및 한국도 기후 변화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경제적 타격이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와 일본은 유연한 생산 방식과 환경 관련 기술이 축적돼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으며 대처 능력도 뛰어나 기후 변화에 따른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관련 기술을 팔 수 있는 것은 물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상품도 생산할 수 있어 기후 변화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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