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와 직접 부닥치려 변기 맨손으로 닦아”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화장실 청소하는 경영자

日 자동차용품 판매업체‘옐로햇’ 가기야마 창업주의‘청소경영론’

《도쿄(東京) 메구로(目黑) 구에 있는 자동차용품판매업체 옐로햇 본사 1층. 쓰레기 수거실을 향해 주차장을 가로지르던 가기야마 히데사부로(鍵山秀三郞·74) 창업주가 바닥에서 뭔가 중요한 것을 발견한 듯 걸음을 멈췄다. 그가 바닥에서 집어든 것은 지름 0.5cm가 될까 말까 한 작은 종이쓰레기였다. 다음으로 그가 기자를 안내한 곳은 28세의 청년 가기야마 씨가 자전거 1대로 시작한 영세기업이 국내외에 자회사 8개를 거느린 상장 대기업으로 도약한 비결이 간직된 ‘비밀의 방’이었다. 그 안엔 각종 빗자루, 쓰레받기, 가지치기용 가위, 뜰채 외에 이름과 용도를 알 수 없는 ‘특수’ 청소도구가 가득했다. 일본 전역의 초등학교와 역, 공원 등을 돌며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기업들의 초청을 받아 ‘청소경영론’을 강연하기에 바쁜 가기야마 창업주. 10일 창업 46주년 기념일을 맞아 모처럼 본사로 돌아온 그를 찾아가 창업과 청소,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창업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회사 화장실을 손수 청소해 오면서도 사원들에게는 강요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중국의 옛말에 ‘아무리 작은 일도 정성을 담아 10년간 꾸준히 하면 큰 힘이 된다’는 말이 있다. 20년을 하면 두려울 만큼 거대한 힘이 되고, 30년을 하면 역사가 된다고 한다. 청소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처음에는 다들 본체만체했지만 청소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나니까 몇몇 사원이 동참하고, 20년이 지나니까 전원이 참여하더라. 강요로 시작된 일은 오래가지 않는다. 사원을 바꾸려면 경영자가 묵묵히 솔선하면 된다.”

―옐로햇의 연간 매출액은 1100억 엔이 넘는다고 들었다. 청소가 옐로햇의 성공에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가.

“청소와 기업실적 사이에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눈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회사를 깨끗이 하면 사풍(社風)이 온화하고 부드러워진다. 서비스에는 크게 기능적인 서비스와 정서적 서비스, 2가지가 있다. 지금 대부분의 고객이 기능적인 서비스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매뉴얼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 인사 등 정서적 서비스가 중요한 시대다. 청소하는 사원이 늘어나면서 ‘옐로햇에 오면 마음이 편안하다’고 하는 평판도 함께 늘었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영업력을 끌어올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화장실 변기를 맨손으로 닦는 이유가 궁금하다.

“다른 사람에게는 나쁜 병균 등에 감염되지 않도록 반드시 장갑을 끼도록 권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내성이 생겨서 병균에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내가 맨손으로 변기를 닦는 이유는 문제와 직접 부닥치기 위해서다. 많은 경영자가 자신은 문제의 밖, 안전한 곳에 서서 입으로만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한다. 이래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나는 뭐든 현장주의다. 특히 화장실은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곳이다. 그런 곳일수록 경영자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만져 볼 때 보고서나 영상으로 알 수 없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강연에서 “눈은 겁쟁이지만, 손은 용감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예컨대 눈으로 보면서 더럽다고 생각하면 더럽고 싫다는 느낌이 점점 증폭된다. 하지만 변기를 직접 손으로 만지는 순간 싫다는 느낌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험난한 창업의 길을 선택하는 바람에 고생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은 자전거 1대에 짐을 싣고 영업을 시작한 지 꼬박 46년째 되는 날이다. 처음에는 ‘자전거 행상’이라며 문전박대를 받기 일쑤였다. 그래도 굽히지 않고 몇 번씩 찾아갔더니 이제 오지 말라며 물을 뿌리는 사람, 빗자루를 들고 쫓아내는 사람까지 있었다. ‘세상에 귀신(일본에서는 한국보다 나쁜 뜻이 강함)은 없지만 귀신같은 사람은 정말 많구나’ 하고 절감했다. 동시에 ‘세상에 부처님은 없지만 부처님 같은 사람도 있구나’ 하는 사실도 느꼈다. 그래서 속으로 맹세했다.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어도 남들이 귀신 같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가기야마는 되지 말자, 가능하면 남들이 부처님 같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가기야마가 되자.”

그는 잠시 말을 끊고 다정하게 기자를 부르더니 이렇게 선문답 같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부처님 같은 사람이 된다는 거 어려운 일이에요. 부처님 같은 사람이 되기 전에, 먼저 부처님이 될지도 몰라요.”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가기야마 히데사부로 창업주는▼

△1933년 도쿄(東京)에서 출생

△1952년 고교 졸업

△1953년 자동차용품판매회사에 취업

△1961년 자동차용품판매회사 ‘로열’ 창업

△1997년 회사명을 옐로햇으로 변경

△1998년 옐로햇 상담역 취임

▼‘옐로햇’은▼

연매출액 1139억 엔

점포 수 507개

종업원 256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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