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 해빙 등의 실상을 담은 4차 보고서를 발표했고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유엔 회의가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점을 들어 노벨위원회가 ‘환경’ 이슈에 주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벨위원회가 위치한 북유럽이 기후변화의 상징이 돼 버린 ‘녹아 내리는 북극’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도 환경 운동가들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 고어, “예견된 수상자”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수상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그는 정치인 시절부터 기후변화 관련 청문회를 개최하고 교토의정서 채택의 주역으로 활약해 워싱턴의 ‘오존맨’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불운해 2000년 미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공화당 후보에게 패했다. 그 후 부시 대통령은 고어 전 부통령이 주도했던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정계 은퇴 후에는 환경 운동에 더 매달렸다. 올해 2월에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로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7월에는 5대륙 8개국에서 24시간 동안 진행된 세계 최대의 환경 콘서트 ‘라이브 어스’를 기획해 젊은이들 사이에 환경 운동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 고어, 대선에 나서나
고어 전 부통령이 아카데미상에 노벨상까지 거머쥐자 그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2000년 대선과는 달리 환경에 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 전문가의 당선 확률도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고어 전 부통령의 지지자들은 10일 뉴욕타임스에 그의 내년 대선 출마를 요구하는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영국의 유명 도박업체 래드브록스는 그의 대선 승리 확률을 10 대 1에서 노벨상 발표 후 8 대 1로 높여 발표했다.
그러나 AP통신은 고어 전 부통령 참모들의 말을 인용해 그가 대선에 재도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도했다. 그가 노벨상 수상자로 얻게 된 환경 전문가로서의 이미지와 국제적 기반을 굴곡 많을 정치권 복귀와 맞바꾸는 모험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고어 자신도 수상 소감에서 “기후변화 위기는 정치적 이슈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동안 “대선 출마 계획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해 왔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 NBC 방송에 출연해 “고어에게 수차례 대선에 출마하라고 얘기했지만 싫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 IPCC, 기후변화 최고 권위 위원회
라젠드라 파차우리 IPCC 의장은 “진정한 수상자는 IPCC의 작업에 기여한 과학계와 IPCC의 작업을 지원한 정부들”이라며 “과학자들의 역할을 인정받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노벨 평화상이 알프레드 노벨이 유언으로 남긴 ‘평화 증진과 군축 노력’이라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파차우리 의장은 “사회의 어느 부문도 기후변화를 떠나 이야기할 수 없다. 이번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선정은 기후변화와 평화의 관계를 인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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