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정이 악화되면서 구조조정과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대 변화에 따라 IMF가 ‘정체성 위기’를 겪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위상과 역할을 재조정해야 하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20일 IMF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 연설에서 “IMF의 재정이 지탱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며 “회원국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개혁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행정비용 감축, 운영의 효율성 제고, 새 수입원 창출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IMF는 최근 몇 년간 대출 감소와 이에 따른 이자 수입 격감으로 재정이 크게 악화됐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확대로 개발도상국들이 손쉽게 민간 자금을 빌리고 있기 때문. 아직 90억 달러 이상을 확보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입 확보를 위해 보유한 금괴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IMF가 재정을 시급히 정비하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내놨다. 이 분석에 따르면 IMF 재정은 2007 회계연도가 끝나는 올해 4월까지 1억1000만 달러가 줄고 2008 회계연도에는 그 2배의 손실을 보게 된다.
IMF에 대한 비판은 IMF의 ‘지도 대상’이던 개도국과 빈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19일 “어정쩡한 개혁으론 IMF 자금 운용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24개 개도국의 모임인 ‘G24’도 19일 “IMF의 개혁 속도는 실망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들 개도국은 특히 집단적인 대안 찾기 움직임을 벌이고 있어 IMF를 긴장시키고 있다.
G24는 이른바 ‘남미 은행’이라는 불리는 새로운 금융기구 설립을 추진 중이다. 금융시장 개방과 무리한 금융시스템 개혁 등을 요구해 온 IMF의 ‘간섭’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이달 아프리카를 방문한 자리에서 “부자 국가들의 일방적 금융기준을 따르지 말자”며 연대를 촉구했다.
IMF는 로드리고 라토 총재가 일신상의 사유로 갑자기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리더십 공백 위기까지 겪은 상태. 후임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 예정자가 어떻게 개혁 과제를 풀어낼 것인지가 주목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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