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총선 ‘反EU’ 쌍둥이 총리 참패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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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형제가 각각 대통령과 총리를 맡고 있는 폴란드에서 집권 ‘법과 정의당’이 21일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참패했다. 형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총리는 퇴진하고 동생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만 2009년 임기까지 남게 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정치를 갈등 일색으로 몰고 가고 반(反)유럽연합(EU) 노선을 택해 폴란드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킨 카친스키 총리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표 결과 친기업적인 중도우파 정당 ‘시민강령’은 44%를 얻어 31% 득표에 그친 법과 정의당을 크게 눌렀다. 시민강령의 연정 파트너로 유력시되는 ‘폴란드 농민당’도 8%의 지지를 얻어 두 정당은 안정적인 연정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새 총리 후보 도날트 투스크=시민강령의 투스크 당수는 카친스키 총리와는 달리 세련되고 논리적인 인물이다.

그는 선거운동 막바지의 TV 토론에서 정연한 논리로 경제회생 계획과 집권 청사진을 밝혀 좋은 평가를 얻었다. TV 토론 이후 시민강령의 지지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며 이 여세가 투표 날까지 지속돼 총선 승리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친기업적인 정책을 표방하는 투스크 당수는 법인세를 인하하고 정부 규제를 과감히 철폐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용을 창출할 것을 약속했다. 또 EU의 통합 정책에 대한 폴란드의 적극적인 참여와 유로화 도입 추진을 약속했다.

투스크 당수는 폴란드 자유노조 창설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

1957년 4월 22일 발트 해 연안 항구도시 그단스크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대에 바웬사와 함께 연대노조 활동을 벌이다 공산정권의 탄압을 받아 수차례 체포되고 투옥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갈등의 정치인 카친스키 총리=카친스키 총리는 폴란드인들의 마음속에 잠재한 반독일 감정을 부추겨 이를 자신에 대한 지지 기반으로 삼았다.

그는 또 폴란드에 유로화를 도입하는 것을 주권에 대한 제한으로 간주했고 EU 조약 협상에서 가중다수결제에 반대하는 등 반EU 노선을 추구했다.

그가 가는 곳마다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 없자 ‘Make PiS, Not War(싸우지 말고 화해하라)’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놀림감이 됐다. 평화(peace)란 영어와 그가 속한 정당 법과 정의당(PiS)이 똑같은 소리로 들리는 걸 이용한 조롱이다.

결국 그의 독단적 성격은 야당뿐 아니라 연정 파트너들과도 갈등을 빚어 조기 총선 국면을 맞는 원인이 됐다.

개인 생활도 특이해 결혼하지 않고 어머니와 같이 살다가 최근에야 관저로 거처를 옮겼다.

올해 초에는 그가 은행계좌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누군가가 가짜로 뇌물을 입금시켜 부패 정치인으로 몰고 갈까 우려했다”고 해명했으나 ‘강박관념’ 탓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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