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은 늘 영광을 추구했고 많은 업적을 세웠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나폴레옹’은 코냑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 않는가.”
피델 카스트로(81·사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역사가 당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역사의 평가를 왜 걱정하느냐”며 이렇게 대답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곧 출간될 그의 자서전 ‘나의 인생(My Life)’에서 주요 부분을 발췌해 27일 소개한 내용 중 하나다.
프랑스 ‘르몽드디플로마티크’의 이냐시오 라모네 편집장에게 구술하는 방식으로 쓴 자서전에서 그는 권력, 후계, 테러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다음은 두 사람의 일문일답.
―은퇴를 생각해 본 적 없나.
“2003년 의회가 나를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선출했을 때 ‘나를 필요로 하는 한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적절한 지도자의 나이가 55세 이상이라고 했다.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80세 이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당신이 파킨슨병에 걸렸다고 발표했었는데….
“나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이들의 바람일 뿐이다. 걸렸으면 또 어떤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파킨슨병에 걸렸지만 오랫동안 전 세계를 여행하지 않았나.”
―당신이 숨진다면 동생 라울이 권력을 승계하나.
“나에게 변고가 생긴다면 의회가 모여서 그(라울)를 선출할 것이다. 의심하지 않는다.”
―일부에선 당신을 ‘잔인한 독재자’라고 부른다.
“독재자란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법을 무시한 행동을 하면서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카스트로 의장은 이 밖에 자신의 월급이 30달러밖에 되지 않는데도 세계 갑부 리스트에 오르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늘 군복을 입는 것에 대해선 “넥타이를 안 매니까 좋고,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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