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월가… 13만명 감원 예고

  • 입력 2007년 10월 29일 03시 12분


세계 금융의 중심가인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전경. 최근 금융회사들의 실적 부실로 감원 등 칼바람이 불면서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계 금융의 중심가인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전경. 최근 금융회사들의 실적 부실로 감원 등 칼바람이 불면서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브 프라임 부실 여파… 로이터 “타분야 확산 우려”

해마다 이맘때면 연말 보너스를 따져 보느라 계산기를 두드리던 월가의 근로자들이 올해는 거센 ‘해고 바람’에 떨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큰 손해를 본 금융회사들이 대규모 해고를 잇달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미국 최대 주택담보대출 업체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은 직원 5만6000명 가운데 1만2000명을 지난달 이미 내보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4일 3000명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은행들도 우울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즈니스위크가 전직(轉職) 컨설팅 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의 조사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300명, 베어스턴스는 310명, HSBC는 750명, 크레디스위스는 170명 규모의 해고 계획을 밝혔다.

월가에서 지금까지 예고된 감원 규모는 13만 명. ‘기록적인 감원의 해’로 불리는 2001년의 11만6000명을 넘는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거액의 보너스로 돈 잔치를 벌이던 연말 분위기도 자연히 기대하기 어렵다. 로이터통신은 27일 올해 월가의 보너스가 회사별로 5%에서 많아야 30%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의 경우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5대 투자은행이 지급한 보너스만 610억 달러(약 56조 원)였다.

월가에 부는 찬바람은 뉴욕 시 경제에도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뉴욕 경제의 상당부분은 고급 주택과 승용차를 구입하고 비싼 외식과 취미를 즐기는 금융가의 고액 연봉자들이 떠받쳐 왔다. 더욱 큰 걱정거리는 이런 분위기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 같지 않다는 것. 금융권에서 시작된 해고 바람은 유통, 무역 같은 다른 분야로 확산될 우려가 높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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