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연정 깨지나…사민당, 중도노선 이탈 좌파색채 강화

  • 입력 2007년 10월 31일 02시 59분


독일 연방정부에서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사민당이 28일 끝난 함부르크 전당대회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추구해 온 중도 노선에서 이탈해 쿠르트 베크 당수를 중심으로 좌파적 색채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사민당의 방향 선회는 곧바로 철도 민영화 재검토, 고속도로 속도 제한, 고령 실업자 수당 확대 등 다양한 정책 제안에 반영돼 기민당과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사민당 소속인 볼프강 티펜제 교통장관과의 합의 아래 추진하는 국영철도 도이체반의 부분 민영화는 벌써부터 물 건너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민당의 주장대로 도이체반에서 민영화되는 주식을 의결권이 없는 주식으로 만든다면 민영화의 의미 자체가 없어진다고 기민당은 주장한다. 메르켈 총리는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 없는 민영화에 반대해 왔다.

사민당은 또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에 일률적으로 시속 130km의 속도 제한을 둘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서는 메르켈 총리가 “내 임기 중에는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독일 자동차 업계의 로비가 강력하기도 하지만 국민 과반수도 일률적인 아우토반 속도 제한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아우토반 구간의 40% 정도는 제한 속도가 규정돼 있으며 무제한 질주는 직선도로 등 비교적 안전한 구간에서만 허용된다.

사민당은 또 나이 많은 실업자에게 더 많은 실업 수당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즉 임금이 정점을 지나 떨어지기 시작하기 이전의 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실업 수당 및 연금을 계산해 복지 혜택을 늘려 주자는 것이다.

이 방안은 슈뢰더 전 총리에 의해 수립된 개혁 청사진 ‘어젠다 2010’에서의 이탈인 셈이다. 메르켈 총리 역시 “새로운 직장 창출을 동반하지 않는 수당 확대 지급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민당의 좌파적 색채는 95%의 압도적 지지로 선출된 베크 당수에 의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사회주의로 복귀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동독 시절의 경험으로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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