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2일 그동안 미국 수출시장에 의존하는 경제성장을 추진해 미국 경제 상황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았던 이들 국가의 경제에서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경제가 외환위기 10년을 맞으면서 자생력이 커져 동조화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경제가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으로 신용경색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지만 아시아 경제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다만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달러화 하락에 대비해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하지 않도록 방어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 역내 신흥시장 성장과 자체 체질 개선이 바탕
아시아 경제가 미국의 경기 변화에 흔들리지 않게 된 것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권역 내에 신흥시장이 급성장한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미국 시장에 변동이 생겨도 이를 흡수 및 완충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단순히 기업들의 몸집 불리기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강화하고 내수시장을 키웠으며 주식시장이 견실해진 것도 자체 역량을 키웠다.
이같이 아시아 경제의 면모가 달라지면서 세계 각지의 투자 자금은 아시아로 몰리고 있다. 중국 본토 증시의 신규 상장액은 올해 1∼10월 520억 달러로 미국(500억 달러), 영국(420억 달러)을 앞질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년 동안 6배로 뛰어올랐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10,000까지 오르는 데 20년이 걸렸으나 최근 2년 만에 20,000을 돌파할 정도로 급팽창하고 하고 있다.
아시아 수출의 대미 비중은 2002년 21.3%에서 지난해 16.8%로 감소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가계 구매력이 130%, 인도 말레이시아 등이 50% 이상 높아지는 등 내수시장도 성장했다.
JF 애셋매니지먼트의 제프 루이스 수석 매니저는 “아시아의 내수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미국과의 디커플링은 이미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아직 허약한 부문도 많다. 아시아 증시가 세계 평균을 웃도는 상승세를 보이면서도 미국 등 선진국 경제 상황이나 증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담당 임원은 “아시아는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수출이 담당하는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역내 교역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시아에서 중국으로 중간재가 건너간 뒤 가공을 거쳐 선진국으로 수출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씨티그룹의 마커스 뢰스겐 아시아 분석가도 “아시아 국가들이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자금 유입이 늘어 글로벌 금융시장과의 연계가 강화되면서 선진국 경제와의 동조화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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