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정부가 모든 언론인을 감시하는 빅브러더(Big Brother) 사회로 가려는가.”
독일 의회가 언론인의 모든 통화와 e메일 내용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법안을 심의 중이어서 언론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슈피겔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
정부의 제안으로 의회가 심의 중인 텔레커뮤니케이션 감시법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통신사업자는 유무선 전화와 팩스, e메일, 문자메시지 등 자사 고객의 통신 자료를 6개월간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법안의 내용은 의회 의원이나 성직자, 피고 측 변호인의 통신 자료 공개는 금지하면서 언론인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은 조항이다. 내년 1월 이 개정안이 발효되면 기자의 통신 자료는 검찰 등 법 집행기관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공개될 수 있어 취재원 보호가 어려워진다.
헌법학자 크리스토프 구지 박사는 “언론 자유에 커다란 구멍을 내놓은 법안”이라며 “취재원 보호가 법 집행 기관의 재량에 맡겨져 취재원 보호는 사실상 끝장난 셈”이라고 비판했다. 슈피겔은 “경찰이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는데 누가 정부나 기업의 부패 비리를 폭로하겠느냐”며 “정치인들은 국가의 감시견과 내부 고발자를 법으로 처벌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 언론기관들은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정부에 개정안 철회를 요구한 데 이어 의회에도 개정안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외르크 타우스 의원 등 집권당인 사회민주당(SPD)의 언론 전문 의원들은 “이 법안은 언론과 취재원 간 신뢰 관계를 구조적이고 근본적으로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의원은 △통신기록 공개 요구 시 기자가 의원이나 성직자처럼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거나 △형사 사건 연루 혐의가 있는 기자들에 한해 통신기록 공개를 요구할 수 있도록 문제의 조항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베노 푀펠만 변호사는 “그동안 검사들이 기자들의 권한에 작은 흠집을 내려고 할 때마다 법원이 막아 주었다”고 비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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