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공업체서 가짜 의약품 제조

  • 입력 2007년 11월 3일 03시 22분


중국 화공업체들이 만든 불량 의약품들이 별다른 제재 없이 전 세계로 수출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중국산 식품 안전 문제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산 약품도 도마에 올라 ‘중국산 공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신문은 중국에서는 제약회사가 아닌 화공업체들이 의약품 성분을 제조하고 당국의 확인이나 검사 없이 수출된다고 지적했다.

주로 창장(長江) 강 삼각주 지역에 밀집한 이들 화공업체는 최소한의 의약품 제조공정도 갖추지 못한 채 불량 또는 위조 성분을 제조해 수출한다는 것이다. 또 중국의 8만여 개 화학회사 가운데 의약품 성분을 제조하는 회사는 확인된 것만 1300개에 이르며 노후한 철강공장을 개조한 화학공장에서 약품을 만드는 등 위생상태도 엉망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지난해 9월 파나마의 파나마시티에서 중국산 독성 물질인 디에틸렌 글리콜(DEG)이 포함된 감기약을 먹고 수백 명이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신문은 중국 업체가 감기약에는 들어갈 수 없는 DEG를 감기약에 넣어 사용하는 물질인 글리세린으로 속여 팔아 이 같은 참사가 빚어졌다고 전했다. DEG는 지금도 글리세린으로 둔갑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경고했다.

중국의 화공업체들은 10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밀라노 의약품 박람회에도 참가해 전 세계 바이어들을 상대로 버젓이 수출상담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신문은 박람회에 참가한 중국 기업 500여 개 가운데 82개가 화공업체였으며 모두 중국 식품약품감독관리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특히 가짜 의약품 판매 혐의로 기소된 업체도 다수 박람회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업체 오리엔트 퍼시픽 인터내셔널은 위조 의약품 성분을 전립샘암 치료제 등으로 공급한 혐의로 대표가 미국 휴스턴 교도소에 수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후난 스테로이드라는 업체는 미국 내 불법 연구소에 스테로이드를 불법 공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로 대표가 체포된 업체도 있었다.

이들 화공업체는 제약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식품약품감독관리국의 감독에서 벗어나 있으며 별도의 감독 절차 없이 중개상을 통해 전 세계로 물품을 수출해 왔다.

인도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는 완제품에 가까운 성분을 판매했고 유럽과 미국에도 성분을 판매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몇 개 국가를 거치는 유통과정을 통해 원산지와 성분이 세탁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약품 속에 중국산 가짜 성분이 포함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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