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달러의 굴욕

  • 입력 2007년 11월 7일 03시 10분


지젤 번천 “모델료 달러 대신 유로화로”

캐나다 루니화 강세 “국경 넘어 돈쓰자”

미국 달러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곳곳에서 ‘달러 수난시대’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출신의 유명 슈퍼모델 지젤 번천(사진)은 최근 신규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달러가 아닌 유로화로 모델료를 달라고 요구했다. 번천은 8월 ‘프록터 앤드 갬블(P&G)’사의 팬틴 헤어용품 모델 활동 계약에 이어 지난달 ‘돌체 앤드 가바나(D&G)’의 향수 더 원(The One) 홍보 계약에서도 이런 조건을 내걸었다.

번천의 쌍둥이 자매이자 매니저 격인 퍼트리샤 번천은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달러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 체결하는 계약은 유로화로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번천의 소속사 측은 “유럽에서 계약할 때는 유로화로, 미국에서 할 때는 달러로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끝없이 추락하는 달러 가치에 대한 불신은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채권운용사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PIM)의 빌 그로스 투자책임자는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투자할 것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라고 고객들에게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역시 지난달 한국 방문 시 기자회견에서 “달러 전망이 계속 부정적이어서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수익을 내는 기업들의 주식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공동 설립한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도 지난달 “달러는 붕괴되고 아시아 통화가 뜨는 것이 미래의 흐름”라고 말했다.

달러 가치는 2001년 이후 지금까지 34%나 하락한 상태. 지난주에는 유로와 캐나다 달러, 중국 위안 등 세계 주요 통화들과 대비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 파운드에 비해서도 26년 이래 최저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돼 연말에는 그 가치가 유로당 1.5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는 이미 지난주 유로당 1.4528로 1999년 유로화 탄생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미국과 국경을 접한 캐나다에서는 자국의 달러인 루니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스타통화’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25% 오른 것은 전 세계 통화 중 최고 상승률이다.

국경 인근의 미국 도시에는 과거 비싸다는 이유로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를 보기 위해 수백 km를 달려온 캐나다인이 급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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