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오자와, 보수 원로에게 당했다”

  • 입력 2007년 11월 8일 03시 02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사진) 일본 민주당 대표가 대표직 사퇴 의사를 표명한 지 사흘 만인 7일 정식으로 사의를 철회했다.

오자와 대표는 이날 오후 중·참의원 양원 소속 의원 간담회를 끝낸 뒤 기자회견을 열고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며 “차기 중의원 선거에 정치 생명을 걸고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내걸었던 야당 대표가 막후에서 여당과 연정 논의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오자와 대표 개인은 물론 민주당이 입을 정치적 타격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대연정 논의에는 일본 보수정치의 원로라 할 수 있는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 요미우리신문 회장 겸 주필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 등이 관여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와타나베 회장과 오랜 친구인 나카소네 전 총리는 기자들에게 “대연립 정권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와타나베는 행동파이므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와 오자와 대표 등을 만나 여러 차례 설득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주당이 연정안을 거부한 이튿날 요미우리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연정안은 오자와 대표가 제안했다”고 보도한 점. 오자와 대표는 이에 격노해 언론이 ‘중상보도’를 했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일본 언론은 각각 89세, 81세인 나카소네 전 총리와 와타나베 회장이 생전 자신들의 ‘염원’인 헌법 개정을 이루고 싶은 일념에 현실 정치 개입도 불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으로는 “순진한 오자와 대표가 영리한 보수 세력에 넘어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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