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간 중국을 이끌 최고지도부를 선출한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10월 21일) 이후 중앙과 지방의 당정 주요 간부에 대한 후속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집권 2기(2007년 말∼2012년 말)를 시작하면서 단행한 최근 인사의 특징은 측근을 핵심 요직에 포진시켜 전체 국정을 틀어쥐는 ‘목줄 잡기’로 요약된다.
후 주석을 필두로 한 ‘퇀파이(團派·중국공산주의청년단 출신 계열)’는 17차 당 대회에서 중국 정치권력의 심장부인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물론 중앙정치국과 중앙위원회에서 다수를 차지하지 못했다.
따라서 중앙과 지방 지도부 인사에서 핵심 측근을 요직에 앉히거나 견제세력을 심어 놓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영수로 한 상하이방(上海幇)이나 쩡칭훙(曾慶紅) 부주석을 핵심으로 한 태자당(혁명 원로와 고위간부 자제들)을 제압하고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 인사권 쥔 장쩌민-쩡칭훙 측근 밀어내
후 주석은 지난달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한 허궈창(賀國强) 당 중앙조직부장 자리에 리위안차오(李源潮) 장쑤(江蘇) 성 당 서기를 임명했다. 리 서기는 ‘퇀파이’ 출신의 후 주석 핵심 측근이다.
2002년 말 총서기에 오른 뒤에도 장 전 주석과 쩡 부주석의 측근인 허 조직부장을 내쫓지 못해 집권 1기 내내 당 인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상황을 바로잡은 것. 중앙조직부장은 7336만 명의 당원 가운데 640만 간부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당내 최고 핵심 요직이다.
후 주석은 또 수도 베이징(北京)의 시장과 경제수도로 불리는 상하이의 시장에도 ‘퇀파이’ 출신인 류펑(劉鵬) 국무원 국가체육총국 국장과 위안춘칭(袁純淸) 산시(陝西) 성장을 각각 내정했다.
집권 1기 기간에 허 조직부장을 견제하며 ‘퇀파이’ 인사들을 요직으로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선웨웨(沈躍躍) 당 중앙조직부 부부장은 조만간 장시(江西) 성 당 서기로 승진할 예정이다.
후 주석은 당 대회 직전 총서기의 비서실장 격인 중앙판공청 주임에 20년 이상 자신을 보필해 온 링지화(令計劃) 부주임을 승진 임명했다. 장 전 주석 시절 중앙판공청 주임에 임명된 이래 계속 주임으로 남아 후 주석을 ‘감시’하던 왕강(王剛)을 5년 만에 몰아낸 것이다.
○ 상하이 당서기 내주고 시장 심어 견제
17차 당 대회를 통해 후 주석 계열의 퇀파이가 크게 약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지도부 내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9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 퇀파이는 2명. 25명의 중앙정치국 위원 중에도 8명에 불과하다. 비(非)퇀파이 중 친 후 주석 계열을 포함해도 10명이다. 특히 부장(장관)급 이상 직책을 맡는 204명의 중앙위원 중 퇀파이는 20%에도 못 미치는 30여 명에 불과하다.
결국 퇀파이가 핵심 요직을 차지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상하이방 및 태자당과 ‘나눠 먹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상하이 시의 최고책임자인 당 서기엔 태자당의 위정성(兪正聲) 후베이(湖北) 성 당 서기가 임명됐다. 태자당 선두 주자인 위 서기의 임용엔 장 전 주석의 ‘윤허’가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쑤 성 당 서기엔 장 전 주석 및 쩡 부주석 계열의 량바오화(梁保華) 장쑤 성장이 승진 기용됐다. 이에 앞서 3월엔 상하이 당 서기로 발령난 시진핑(習近平) 저장(浙江) 성 서기 후임에 장-쩡 계열의 자오훙주(趙洪祝) 중앙조직부 수석부부장이 임명된 바 있다.
중국의 경제를 견인하는 창장(長江)삼각주의 최고지도자를 모두 상하이방과 태자당 인사에게 맡긴 셈이다. 또 180만 경찰을 지휘하는 국무원 공안부장엔 쩡 부주석 계열인 멍젠주(孟建柱) 장시(江西) 성 당 서기가 임명됐다.
이와 함께 랴오닝 성 당 서기엔 장원웨(張文岳) 랴오닝 성장을, 후베이 성 당 서기엔 뤄칭취안(羅淸泉) 후베이 성장을 각각 승진 임용했다. 이들은 모두 비 후 주석 계열로 현장에 익숙한 전문성을 고려한 인사로 보인다. 결국 요직이 아닌 자리는 다른 계파에 양보한 것.
그러나 후 주석은 정치적으로 의미가 큰 상하이 시의 2번째 권력자인 시장직에는 퇀파이 인사를 심어 결코 경계를 늦추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상하이 시장에 비상하이 출신이 임용된 것은 16년 만이다.
○ 수렴청정 끝… 명실상부한 친정 구축
당 대회 이후 최근까지 임명 또는 내정된 부장급 이상 인사 10명 중 퇀파이 출신은 절반에 못 미치는 4명이다.
하지만 당 대회를 앞두고 총서기 비서실장인 중앙판공청 주임과 경호실장에 해당하는 경위국 국장을 바꾼 데 이어 중앙조직부장까지 모두 자신의 측근으로 교체함으로써 후 주석은 집권 2기의 출발과 함께 장 전 주석의 ‘수렴청정’을 극복하고 친정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베이징의 정치 분석가들은 “후 주석이 당 대회에서 자신의 정치 이데올로기인 ‘과학 발전관’을 당장에 올린 뒤 후속 인사에서 당내 요직을 장악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자신의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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