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28년간 독일을 동서로 갈라놓았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18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동서독은 여전히 심리적으로 분단된 상태”라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최근 보도했다.
슈피겔이 장벽 붕괴 기념일에 맞춰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옛 동독과 서독 출신 사람들의 생각은 많은 부분이 엇갈렸다.
출신지와 연령대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실시한 조사에서 ‘다시 장벽이 세워진다면 어느 지역에서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35∼50세의 ‘부모 세대’ 동독 출신들 가운데 ‘동독에 살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37%에 이르렀다.
분단을 제대로 경험하지 않은 14∼24세 젊은 층에서도 동독 출신자의 35%는 동독을 택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서독 출신은 부모 세대 90%, 자녀 세대 86%가 서독을 선택했다.
동독 출신자들이 옛 동독을 그리워하는 성향은 ‘사회주의’에 대한 생각에서도 잘 드러났다. ‘사회주의는 좋은 시스템인데, 옛 동독 시절에는 잘못 이행됐을 뿐이다’라는 문항에 동독 출신 부모 세대 73%가 동의했다. 이들은 특히 사회복지제도가 통일된 지금보다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부모 세대를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 동독 출신자의 62%는 ‘서독 사람들은 동독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반면 서독 출신자의 64%는 ‘동독의 발전에 기여한 서독 사람들의 노력에 동독 사람들이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양측의 생활수준이 언제쯤 같아질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동독 출신 부모 세대의 64%, 서독 출신 부모 세대의 48%가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상당수 사람이 양측을 서로 다른 집단으로 여긴다는 점이라고 슈피겔은 지적했다. 전체 응답자의 67%, 부모 세대의 82%가 ‘옛 동독 지역과 서독 지역은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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