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독단에 빠졌고 러시아는 ‘안보 만능주의’에 사로잡혔다.”
헨리 키신저(84·사진)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올해 수교 200주년을 맞은 미국과 러시아 양국에 쓴소리를 했다.
8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키신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와 주러 미 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학술회의에 참석했다.
12일 러시아 일간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그는 “양국 수교 기념 행사에만 57번 참석했다”며 경륜을 과시한 뒤 미국과 러시아 양국 외교 정책의 결함에 대해 거침없는 고언을 쏟아 놓았다.
그는 먼저 “미국은 ‘해외의 모든 사람을 뜯어고칠 권리가 있다’는 신념 때문에 고립주의와 독단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반면 러시아에 대해서는 “안보 만능주의에 사로잡혔지만 어떤 국가도 절대적인 안보를 손에 쥘 수는 없다. 한 국가의 절대적인 안보는 바로 주변국의 불안을 뜻한다”며 일침을 놓았다.
미국과 러시아가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기지, 이란 핵무기 문제 등으로 의견차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현실에 대해 그는 ‘근본적인 이해(理解)로 가는 서곡’이 될 수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그는 “양국이 세계 핵무기의 95%를 통제하고 있어 평화에 기여할 기회가 많다”며 “양국은 이슬람 국가와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중동에서 공동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는 “2009년 1월 퇴임하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임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내년에 이란 공격 명령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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