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73원 차이… 갈수록 격차 벌어져
“세금 무겁고 정유업계 독과점 심한 탓”
○ 휘발유도, 경유도 300원 이상 비싸
12일 한국석유공사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일본의 올 9월 평균 세후(稅後) 휘발유 가격은 L당 144엔(9월 평균 환율로 약 1167원)이었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는 L당 휘발유 가격이 1539원으로 일본보다 372원이나 비쌌다.
양국 간 기름값 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1998년 일본의 연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97.7엔(당시 1050원)이었고 한국은 L당 1123원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불과 73원 비쌌다. 하지만 두 나라의 휘발유 가격차는 2003년 200원, 2006년 363원 등으로 계속 벌어졌다.
전통적으로 일본이 더 비쌌던 경유 가격도 최근 역전됐다.
2000년 일본의 연평균 경유 값은 L당 81.3엔(당시 853원), 한국은 613원이었지만 2005년부터는 한국이 일본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올 9월 현재 경유 값은 한국이 1295원, 일본이 989원으로 L당 약 300원의 차가 난다.
두 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감안하면 한국 국민이 체감하는 유가부담은 일본 국민보다 훨씬 더 무겁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5년 기준 한국의 1인당 GNI는 1만5840달러로 일본(3만8950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소득수준을 감안한 일본의 휘발유 값은 한국의 약 30%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 높은 유류세와 정유업계 독과점이 큰 영향
현재 한국에서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전체 가격의 약 57%. 정부는 이 수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해명하지만 일본의 세금 비중(44%)보다 13%포인트나 높다.
1인당 GNI를 감안한 휘발유 세금 수준도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은 22로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또 국내 정유업계는 독과점 체제가 공고한 반면 일본은 10여 개 정유사와 유통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시장에서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업계는 이를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지만 일본은 경쟁을 통해 인상분을 어느 정도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유전개발도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고 국민에게 무작정 소비를 줄이라고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유가 100달러 시대’에 정부가 택할 수 있는 당장의 해결책은 유류세 인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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