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유엔총장 ‘지구의 허파’ 아마존 찾아

  • 입력 2007년 11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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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을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13일 아마존 강 입구인 벨렝에 위치한 한 식물원 연구센터에서 나무늘보를 만져 보고 있다. 상파울루=로이터 연합뉴스
브라질을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13일 아마존 강 입구인 벨렝에 위치한 한 식물원 연구센터에서 나무늘보를 만져 보고 있다. 상파울루=로이터 연합뉴스
“열대우림 개발 축소로 생계 막막”

원주민 ‘환경보호 인센티브’ 요구

13일 오후 브라질의 벨렝. 대서양에 인접한 이 도시는 아마존의 관문 역할을 한다. 유엔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아마존을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유엔 관계자들과 취재단이 끝없이 이어진 진흙 빛깔의 아마존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하류는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강폭이 넓었다.

○ 하늘이 보이지 않는 아마존

벨렝 항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쯤 거슬러 올라가 강 가운데 있는 콤부 섬에 도착했다. 전형적인 아마존 정글지역인 이 섬에 올라서자 울창하고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렸다. 지름만 10m가 넘는 거목들이 방문객을 압도했다.

고무나무는 물론이고 값비싼 가구 재료로 많이 쓰이는 마호가니, 자연 염료로 쓰이는 나무, 아마존산 대형 대나무, 열대과일….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과일들이 정글지역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날 반 총장 아마존 방문에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환경운동가 출신인 마리나 시우바 브라질 환경장관이 동행했다. 원주민 출신인 그녀는 아마존 지역에서 10대 후반까지 고무원액 채취로 생계를 이으며 문맹으로 지내다가 뒤늦게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시우바 장관은 “브라질 정부가 현지 주민들과 협조해 지난 2년 동안 열대우림 연간 파괴 규모를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며 “국제사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 환경보호와 개발 사이에서 고민

하지만 빈곤이 큰 문제인 브라질에서 아마존 개발을 전격 중단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지 주민들의 삶도 보장 또는 개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내를 맡은 현지 관계자는 “아마존 일대에는 여전히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깨끗한 물도 없이 사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고 전했다.

아마존 원주민을 대표해 반 총장을 만난 아크코스 아푸리나 씨는 “아마존 원주민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기 위해서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은 “아마존은 인류의 공동자산이다. 유엔이 당신들과 끝까지 함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브라질 정부는 아마존 열대림 파괴를 막기 위해 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원주민들의 절박한 개발 수요도 적지 않아 이상과 현실이 치열하게 부딪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 신음하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은 열대림 총면적이 500만 km², 전체 지구 산림면적의 3분의 1로 ‘지구의 허파’로도 불린다. 전 세계 동식물 종의 20%가 살고 있을 만큼 생물 다양성의 보고다.

하지만 이곳에서 목재산업, 목축업이 활기를 띠면서 대규모 벌목이 잇따라 진행돼 비상이 걸렸다.

열대림 파괴가 극성을 부리던 1991년부터 2000년 사이에만 41만5000∼58만7000km²의 산림이 파괴된 것으로 추산된다. 유엔은 지구온난화 원인 중 아마존 열대림 파괴가 차지하는 비중이 9%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벨렝=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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