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 무료제공-이주견학투어 등 유치경쟁 후끈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대도시의 정년퇴직자들을 자기 지역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주민세 수입과 중앙정부의 교부금이 늘어난다는 계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홋카이도(北海道) 야쿠모(八雲) 정은 최근 수도권의 중년 및 노년층 23명을 대상으로 2박 3일간의 ‘이주견학투어’를 실시했다. 올해 들어서만 3번째. 항공료와 숙박비만 내면 지자체 측이 공항 마중과 배웅을 해 주고 지자체장이 나서 간담회도 갖는다.
퇴직자 유치에는 지역주민들도 적극적이다. 이주자를 위한 무료 주택용지 등으로 쓰라며 주민들이 토지 3.2ha를 지자체에 기부하기까지 했다.
홋카이도 시베쓰(標津) 정은 지난해 6000만 엔의 예산을 들여 지자체 소유 토지 4.8ha를 주택용지로 정비한 뒤 이주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홋카이도 무로란(室蘭) 시 등은 직원 주택을 한국 돈으로 하루 3만 원 정도의 가격에 ‘이주체험용’으로 빌려 준다.
이에 앞서 아오모리(靑森) 현은 6월 도쿄(東京)역 앞에 정년퇴직자를 유치하기 위한 상설 사무소를 개설했다. 도쿄 등 수도권에 살고 있는 아오모리 현 출신 단카이(團塊·1947∼1949년 출생) 세대 중 10%만 귀향해도 2300억 엔에 이르는 경제 효과가 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와테(巖手) 현 오슈(奧州) 시는 시장과 시 직원들이 이 지역 출신 단카이 세대의 동창회를 찾아다니면서 귀향을 촉구하는 편지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정년퇴직자들이 너무 몰리는 바람에 고민하는 지자체도 있다. 오키나와(沖繩) 현 이시가키(石垣) 섬이 대표적인 사례.
산호초로 유명한 천혜의 관광지인 이시가키 섬은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주민등록표상 유입 인구가 1840명에 이를 정도로 정년퇴직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은 좋지만, 문제는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정비와 고령자 복지 등 지자체가 지출해야 할 돈이 더 많다는 점. 이 지역 언론에서는 “퇴직자는 이제 그만”이라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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