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의 전설 속 시조인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동굴 속 지하 신전이 발견됐다고 AP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고고학자들은 로마 팔라티노 언덕의 지하 16m 지점 동굴에서 아치형 천장을 갖춘 신전을 발견해 이날 내부를 공개했다. 팔라티노 언덕은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적 중심지였으며 예전부터 아우구스투스 황제(기원전 63년∼기원후 14년)가 동굴에 세운 지하 신전이 있다고 전해져 왔다.
높이 8m, 지름 7.5m의 신전은 조개껍데기와 채색된 대리석으로 장식돼 있다. 발굴 팀은 2년에 걸쳐 내시경 카메라와 레이저 스캐너를 동원해 흙으로 완전히 덮여 있던 신전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전의 일부가 이미 붕괴된 점을 고려해 정밀한 장비로 작업했으며 원래 입구의 위치도 곧 탐사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고대 문헌에는 동굴이 ‘루페르칼레(Lupercale)’라 불렸으며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로 즉위한 아우구스투스의 황궁 근처에 있다고 기록돼 있다. 고고학자들은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스스로 로물루스 같은 존재가 되기를 원한 나머지 신전을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로마의 건국신화에 따르면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전쟁의 신 마르스와 인간인 레아 실비아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아들이다. 부적절한 관계였던 두 사람은 이들을 바구니에 태워 테베레 강에 버린다.
형제는 팔라티노 언덕의 동굴에서 늑대 젖을 먹고 자라 함께 로마를 건국하지만 권력 다툼을 벌여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죽이고 왕이 된다. ‘루페르칼레’라는 이름에서 ‘루파’(lupa)가 라틴어로 암컷 늑대를 뜻하는 것도 전설을 반영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