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전쟁과 정치적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22일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데이비드 장 홍콩대 교수는 미국 학술원회보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1400년부터 1900년까지의 기후변화와 이 기간에 발생한 전쟁 4500여 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장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히 날씨가 추웠던 1450년, 1640년, 1820년 전후에 기근과 전쟁, 인구감소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것. 날씨가 온화했던 18세기에 비해 전쟁이 두 배나 더 발생했다.
낮은 기온이 농사에 악영향을 줬고 식량부족이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13세기 몽골이 심각한 가뭄을 겪으면서 전 세계를 침공한 것, 17세기 만주대륙의 추위로 만주족이 중국으로 진격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나아가 과거에는 낮은 기온이 전쟁을 일으켰다면 앞으로는 지구온난화가 농사에 악영향을 줘 전쟁과 기근, 인구감소 등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교수는 “기후에 심각한 변화가 생기면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집단 이주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이주에 따른 종족 간 갈등으로 전쟁이 발발하고 전염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자인 피터 브레키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는 “지구온난화는 장기적으로 농작물 작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가뭄이 확산되고 인구가 늘어날 경우 물과 식량을 둘러싼 충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의 분쟁연구기관 인터내셔널얼러트(IA)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에 따라 46개국 27억 명이 폭력분쟁의 위험에 놓여 있고 이와 별도로 56개국에서는 정치적 불안정이 우려된다고 발표했다.
댄 스미스 IA 사무총장은 “2020년이면 국제사회에서 분쟁과 기후변화의 상관관계가 명확해질 것”이라며 아프리카 가나 북부에서 기후변화로 목초지와 농경지 분포가 달라지면서 유목민과 농민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그는 갠지스 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심각한 물 부족이 우려되는 방글라데시도 대표적 분쟁 예상국가로 꼽았다. 또 중동과 서부 및 중앙아프리카는 물론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정치적 긴장이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윌리엄 이스털링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기후변화와 전쟁의 상관관계가 사실이라고 해도 지금 당장 전쟁이 일어난다는 뜻은 아니다”면서도 “기후변화는 자원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 긴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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