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금융시장’ 뜬다

  • 입력 2007년 11월 24일 03시 04분


고유가로 산유국에 뭉칫돈… 주류시장으로 급성장

“대출때 율법 준수해 투자자 안전”… 年10% 高성장

이슬람 금융시장이 고유가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이슬람 금융시장(Islamic banking)이란 이슬람 율법을 준수하면서 금융거래를 하는 시장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이슬람 율법은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금지하고 술 도박 담배 돼지고기 등과 관련된 곳에는 투자를 못하도록 제한한다.

세계 2위의 이슬람 은행인 쿠웨이트파이낸스하우스의 말레이시아 담당 디렉터 키와자 모하마드 살만 유니스 씨는 “이슬람 금융시장이 틈새시장이었지만 점점 세계의 주류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로 인해 중동 산유국으로 큰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중동 지역에 돌고 있는 자금은 1조5000억 달러에 이른다.

또 과거에는 산유국들이 오일머니의 상당 부분을 미국 영국 스위스에 예치했지만 9·11테러 이후 아랍권 자금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면서 중동과 아시아 지역으로 자금을 옮기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이슬람권의 자금이 풍부해지자 이슬람 금융회사들은 이슬람식 대출을 늘이고 채권, 신용카드를 발행하는가 하면 각종 파생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금융 상품은 말레이시아가 1990년대 초반 처음 선보인 ‘수쿠크(Sukuk)’다. 이 채권은 이자 대신 배당을 주는 구조다.

이후 중동 지역 국가들도 잇달아 수쿠크를 발행해 현재 전 세계의 수쿠크 시장은 822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이슬람 금융시장은 북아프리카, 터키, 유럽 내 무슬림 거주지 등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규모가 커지자 씨티그룹, HSBC, 도이체은행 등 서방의 금융회사들도 이슬람 율법 전문가를 고용해 이슬람 금융시장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슬림이 아닌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도 이슬람 금융권에 돈을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위험 자산에 투자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타임스에 따르면 전 세계의 이슬람 금융회사는 300여 곳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유 자산은 5000억 달러로 추산되며 매년 1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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