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이륙하는 브라질 경제
14일 브라질 최대 도시인 상파울루의 쇼핑시설 밀집지역인 모룸비. 기자가 머물던 호텔에서 4km도 안 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교통정체 때문에 택시로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경제가 좋아지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한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브라질의 연간 자동차 내수시장 판매량은 2000년 138만 대에서 2004년 148만 대, 2005년 162만 대, 2006년 183만 대로 급증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6.2% 증가한 231만 대가 팔리고 2009년에는 310만 대가 팔릴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경제가 ‘잘나가고’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지표는 환율. 2003년 초만 해도 달러당 3.5헤알이었으나 지금은 달러당 1.7헤알로 강세다. 브라질에서 유엔 관련 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티아구 파두아 씨는 “브라질 경제가 이처럼 장기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도 뜨고 있다. 상파울루 곳곳에서는 빌딩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고급 주택 수요가 늘어나면서 허허벌판이었던 곳이 고급 아파트촌으로 변모하고 있다. 매년 수천 채의 신축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상파울루의 외국 기업 주재원들이 렌트용 주택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브라질 내수 호황 속에 신나는 한국 기업
이곳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이 소니와 함께 가장 위치가 좋은 곳에 전시돼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다. 이곳에서 만난 올란두 앙드레이드(37) 씨는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3000달러 안팎의 가격대에서 거실에 놓을 만한 TV를 고르고 있다”며 “화질을 보니 한국산 제품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한국산 제품을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브라질 가전 시장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실적은 눈부시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18억 달러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브라질에서 매출액이 16억 달러에 이른다. 두 회사는 LCD,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등 고급 TV 제품군에서 이미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실하게 이미지를 구축했다. 시장점유율에서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두 회사는 브라질에서 인기가 높은 프로축구팀을 후원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면서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지 공장이 없어 불리한 여건에서 경쟁해야 하는 현대자동차도 판매량이 급증했다. 2002년 1123대에서 지난해에는 7511대로 늘어났고 올해 수출량은 3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국제사회에서 커지는 브라질의 발언권
브라질은 인도 등과 함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희망하지만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유전의 발견으로 경제성장이 지속되면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브라질의 입김이 커져 상임이사국의 실현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건영 KOTRA 상파울루 관장은 “브라질은 10여 년 전만 해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 위기에 몰렸고 화폐 가치가 폭락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금도 과다한 규제와 빈부 격차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최근 경제가 장기 상승곡선을 타면서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상파울루=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브라질 주요 경제지표 -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GDP(달러) 4594억 4933억 6050억 7960억 1조660억 - 1인당 GDP(달러) 2631 2789 3417 4321 5705 - 경제성장률(%) 1.9 ―0.2 4.9 2.3 3.7 *4.5 물가상승률(%) 12.5 9.3 7.6 5.7 3.1 *3.7 무역수지(달러) 131억 248억 337억 447억 460억 309억(9월까지) 외국인직접투자(달러) 165억 101억 181억 151억 187억 280억(9월까지) 2007년 통계의 *표시는 전망치. 자료: 브라질중앙은행,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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