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 해군대학 기념관에는 대형 청색 깃발이 걸려 있다. 거기엔 1813년 영국과의 해상전투에서 전사한 제임스 로런스 함장의 마지막 명령이 새겨져 있다.
바로 그 깃발 아래에 50개국 대표단이 모여 26일 오후부터 중동 평화회의에 들어갔다.
이번 회의는 임기 말 외교적 성과를 갈망해 온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마련했다. 청색 깃발의 문장을 “중동 평화를 포기하지 말라”로 바꾸고 싶은 게 이들의 심정일 것이라는 게 미국 논객들의 비유다.
▽시리아의 막바지 참여 결정=15개 아랍 국가를 포함한 50개 참가국 중 핵심은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그리고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다.
시리아는 회담 직전인 25일 전격적으로 참가를 결정했다. 대표단 단장을 외교차관으로 급을 낮췄지만 부시 행정부엔 이번 회담의 외형을 완성해 주는 낭보다.
그러나 지난해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한 뒤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과 권력다툼을 벌이다 공동내각에서 축출된 하마스는 25일 “아나폴리스에서 나올 어떤 결과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 진행 및 주요 의제=부시 대통령은 26일 저녁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아바스 수반과 각각 저녁식사를 함께한다. 27일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양자 회담이 열린다. 부시 대통령은 28일 다시 양측 지도자와 개별 정상회담을 갖는다.
핵심 의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국경 획정, 동예루살렘의 지위,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문제다. 시리아는 골란고원 반환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머지 참가국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주도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경제 및 정치 시스템 구축 방안을 논의한다. 다음 주 파리에선 대규모 원조 방안을 논의할 국제회의가 열린다.
부시 행정부는 2009년 1월까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명실상부한 주권국가로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친(親)이스라엘 행보로 공정한 중재자의 이미지를 잃은 그가 주도하는 중동 평화 프로세스의 전망은 밝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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