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계속된 언론보도를 통해 비로소 의아함이 풀렸다. 워싱턴포스트는 “롯 의원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시시피 주의 자택을 잃은 뒤 다시 선거에 출마할지 고민해 왔다”고 전했다. 재산이 많지 않은 그가 2013년 71세로 6년 임기를 마친 뒤엔 로비스트로 고소득을 올릴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4선에 성공했음에도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26일 은퇴를 선언했다. 미 역사상 임기 중 사퇴한 상원의원은 단 2명뿐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있어서 그만두는 건 아니다.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고, 더 늦기 전에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 언론은 그가 ‘은퇴 후 1년간 로비스트로 취업 못 한다’는 규정에 따라 2009년 1월 이후에나 최고의 전관예우를 누리는 로비스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가을 통과된 윤리규정 때문에 내년 이후 은퇴하는 정치인에게 적용되는 로비활동 불허기간이 2년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결국 돈 때문에 은퇴하고,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은퇴 시점을 앞당겼다는 관측이었다.
언제부턴가 워싱턴에서는 “돈 때문에 떠난다”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 올가을 백악관을 떠난 토니 스노 대변인도 “10∼14세인 자녀가 셋”이라며 늘어나는 씀씀이보다 소득이 적은 점을 사임 이유로 들었다.
키트 본드(미주리 주) 상원의원에 대한 한 의회전문잡지의 인물평에는 이런 표현도 나온다. “주지사를 거쳐 1986년 이후 내리 4선에 당선됐다. 4선 고지에 올랐을 때 그는 만 65세였다. 아직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돈 벌러 떠날지를 의원들이 고민하는 때다.”
실제로 미국에선 돈을 벌려면 정치판을 떠나야지 돈을 벌기 위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깔려 있다. ‘공직을 잘 마친 뒤 민간 영역에서 떳떳하게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는 시각도 존중받는다.
롯 의원에겐 독직과 같은 추문이 따라다니지 않았다. 은퇴를 선언한 그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김승련 워싱턴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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