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러시아 총선을 앞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6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러시아 선거의 비민주적 진행 과정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러시아 야당 정치인이 구금된 것을 우려한다. 민주적 시위에 대한 공권력의 무력 진압, 언론인 탄압이 자행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러시아로의 선거감시단 파견을 백지화하자 그 배후로 미국을 지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 총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 획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미 국무부의 숀 매코맥 대변인은 “미국은 OSCE 결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러시아도 물러서지 않았다. 미국을 방문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27일 부시 대통령을 향해 “(미국이) 러시아에 언론과 의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이 같은 공방은 24일 모스크바에서 시민단체 회원 2000여 명과 함께 푸틴 대통령의 집권 연장 반대 시위를 벌이던 유력 대선 후보인 전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 씨 등 야당 인사들이 대거 경찰에 연행된 데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비등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크렘린은 향후 정국을 사실상 일당 체제로 만들기 위해 야당인 야블로코당과 우파연합(SPS) 등 야권 인사에 대한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국영 방송들도 여당의 장점과 야당의 단점만을 골라 뉴스를 내보내는 등 편파 방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이런 사태를 민주주의의 위기로 규정하는 반면 러시아는 “미국의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정치평론가 예브게니 민첸코 씨는 “갈등의 이면에는 미국의 일극 체제에 도전하는 러시아를 더 좌시하진 않겠다는 미국의 의도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총선이 끝나면 초강력 대통령제 아래 의회도 일당 독주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5일 전러시아여론조사센터(VCIOM) 등 여론조사 기관들은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지지율이 55∼67%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집권 여당의 압승은 의회에서 야당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러시아 언론의 분석이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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