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이 "내년에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니까 몇 달만 더 기다려 보라"고 만류해 환매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김 씨는 중국 펀드 가입을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신한은행 김은정 재테크팀장은 최근 중국 및 홍콩 증시가 급락하면서 중국 펀드 수익률이 나빠지자 이처럼 중국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의 불만 섞인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중국 펀드 수익률 급락
이달 들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우려와 중국의 긴축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면서 중국 및 홍콩 증시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7일 현재 4,861.11로 이달 들어서만 1093.66포인트(18.4%)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같은 기간 8.98% 떨어졌다.
이에 따라 중국 및 홍콩 증시에 투자한 중국 펀드 수익률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봉쥬르차이나 미래에셋차이나디스커버리 등 설정액 상위 10개 중국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27일 기준)은 -12~-16%대로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한달간 해외 펀드의 지역별 수익률을 비교해 봐도 중국은 -13.87%로 일본(-8.33%) 친디아(-6.97%) 미국(-3.78%) 유럽(-5.34%)보다 하락폭이 훨씬 컸다.
저조한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내면서 전체 중국 펀드 설정잔액은 이달 14일 16조9400억 원에서 27일 현재 16조7000억 원으로 줄었다. 약 2주 동안 2400억 원이 환매로 빠져나간 셈이다.
중국 펀드 간판상품인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과 봉쥬르차이나의 설정잔액이 이달 들어 각각 887억 원과 420억 원 줄어들 정도였다.
●환매엔 신중해야
은행권의 중국 펀드 판매도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28일 은행권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18개 은행들이 판매한 중국 관련 펀드(역외펀드 제외) 잔액은 22일 현재 10조3709억 원으로 10월 말(10조609억 원)보다 3100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10월 증가액 2조5016억 원과 비교하면 8분의 1로 줄어든 금액이다.
은행권에서 중국펀드 판매 2위인 한국씨티은행은 잔액이 10월 말보다 137억 원 감소해 신규 자금 유입보다 환매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및 홍콩 증시 급락에 대해 불안해하는 투자자가 많지만 섣부른 환매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은행 심재오 잠실롯데PB센터장은 "중국은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섣부른 환매는 오히려 손해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환매 결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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