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묶는 ‘거미줄 고속철’

  • 입력 2007년 12월 1일 03시 02분


《“유레일패스 한 장이면 전세기를 가진 부호처럼 유럽 곳곳이 가까워진다.” 유럽연합(EU)이 20년 내 유럽 대부분 지역을 고속철도망으로 연결하는 ‘트랜스 유럽 고속철(TEN-T)’을 구상 중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자동차의 운송 비율을 줄이고 항공기에 못지않게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EU는 프랑스 파리∼스페인 마드리드, 독일 베를린∼이탈리아 팔레르모, 파리∼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등 주요 구간을 고속철로 연결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EU와 프랑스, 독일은 프랑스 고속철 TGV의 동쪽 파리∼스트라스부르 구간 건설에 공동투자해 서로 달랐던 고속철 선로 시스템을 통합하고, 6월부터 양국의 주요 도시를 고속철로 직접 연결해 운행 중이다.

▽파리∼마드리드, ‘자연요새’ 피레네 산맥 관통=지난달 23일 프랑스와 스페인을 가로막고 있는 피레네 산맥에는 프랑스 남단 페르피냥과 스페인 북단 피게라스를 연결하는 5.6km 길이의 터널이 뚫렸다.

현재 파리에서 님까지만 연결되는 TGV와 마드리드에서 타라고나까지 운행하는 스페인 고속철 AVE가 2012년경 연결되면 파리∼바르셀로나 구간이 현재 12시간에서 5시간 35분으로, 파리∼마드리드 구간은 현재 16시간 50분에서 8시간으로 주행 시간이 절반 이상 단축된다. 라틴 문화권으로 문화적 유사성이 많은 두 나라가 한층 가깝게 다가서게 되는 셈.

▽파리∼뮌헨, ‘비행기나 다름없다’=TGV 동부선은 역사적 라이벌이었던 프랑스와 독일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여 놓았다.

9일부터는 파리와 독일 제3의 도시 뮌헨을 직접 연결하는 고속철이 운행에 들어가면서 파리에서 뮌헨까지 걸리는 시간이 현재 8시간 30분에서 6시간 15분으로 줄어든다.

공항까지 오가는 시간, 탑승수속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기차를 타나 비행기를 타나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 된다. 독일 구간의 속도가 개선되면 시간은 더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6월 TGV 동부선 완공과 양국 고속철 선로 통합 이후 파리에서 슈투트가르트까지는 종전 6시간에서 3시간 40분으로, 파리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는 종전 6시간 15분에서 3시간 50분으로 줄어들었다.

▽알프스 꿰뚫어 독-이 잇고 배기가스 오염 줄인다=2022년까지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사이 알프스 산맥의 브레너 고개 아래로 장장 63km에 이르는 터널을 뚫는 대공사가 진행된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오스트리아와 가까운 뮌헨까지는 ICE가 달리고 있다. 이탈리아에는 피렌체∼로마∼나폴리 구간에 앞으로 도입될 고속철 TAV를 위한 선로가 깔려 있다.

EU는 알프스 산맥에서 도로를 통한 대형 화물 트럭의 이동을 줄이려 하고 있다. 자크 바로 EU 교통담당 집행위원은 “알프스가 더 오염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거치는 21세기형 ‘오리엔탈 익스프레스’=파리와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를 잇는 고속철도는 프랑스 리옹과 이탈리아 토리노를 연결하는 공사에 곧 들어갈 예정이다. 이 구간도 알프스 산맥에 51.5km의 터널을 뚫어야 한다. 이탈리아 내 토리노∼밀라노 구간에 깔려 있는 TAV 노선을 연장해 장기적으로 슬로베니아와 헝가리를 거쳐 브라티슬라바까지 간다는 구상이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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