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차베스 집권연장 찬반 국론 양분
블라디미르 푸틴(55) 러시아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53) 베네수엘라 대통령. 독자적인 목소리로 주변국에 영향력을 행사해 미국도 껄끄러워하는 지도자들이다. 두 지도자의 집권 연장을 가늠할 총선과 국민투표가 2일 각각 실시된다.
러시아의 총선은 푸틴 대통령이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선거로 바뀌었다. 베네수엘라의 개헌 국민투표도 차베스 대통령의 장기 집권 승인을 묻는 찬반 투표에 가까워 이번 선거는 두 나라의 권력 구도와 향후 정책기조를 결정하는 중대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총선 ‘진흙 속으로’=외신들은 “공정하게 선거를 치르겠다”던 러시아 정부의 선언과 달리 이번 총선이 유례없는 진흙탕 선거로 변질되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30일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 정부가 여당의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 각 기업과 대학에 압력을 넣어 부재자 투표를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과 학생들이 회사나 대학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하도록 유도해 투표 행위를 감시하겠다는 의도다.
국영 방송사들의 편파방송도 도를 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언론감시 단체가 방송 3사의 주요 시간대 뉴스를 분석한 결과 85∼94%가 푸틴 대통령이나 여당 관련 보도로 나타났다.
푸틴 대통령은 20일로 예정된 여당 전당대회 이전에 자신의 후계자를 지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론 양분한 베네수엘라 개헌 투표=차베스 대통령은 30일 수도 카라카스 시의 중심지 볼리바르 거리에서 마지막 대규모 집회를 갖고 “사회주의 혁명을 완성하기 위해 개헌안에 찬성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는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20만 명의 개헌 반대파가 모여 “개헌안이 통과되면 베네수엘라는 공산당 독재국가인 쿠바처럼 될 것”이라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10월 24일 의회를 통과한 개헌안은 △대통령 연임 제한 폐지 △대통령의 임기를 6년에서 7년으로 연장 △경제적 사회주의를 위한 정부의 재산 몰수권 인정 등이 주요 내용이다.
개헌안에는 이 밖에 △하루 평균 근로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단축하고 △사회 보장 정책을 강화하는 ‘당근’ 조항도 포함돼 있다.
AFP통신은 현지 민간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개헌에 반대하는 여론이 약간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여론조사 결과 개헌에 찬성하는 비율이 30.8%, 반대하는 비율이 44.6%로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반면 다른 여론 조사에서는 개헌 찬반 비율이 45% 대 46%로 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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