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계마을’ 살리기 팔 걷었다

  • 입력 2007년 12월 4일 03시 05분


전국 7878곳 공동체 유지 불가능 상태

“외부인 정착땐 생활비 지급” 대책 내놔

일본 니가타(新潟) 현 묘코(妙高) 시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12km 떨어진 도로(土路) 마을.

계곡을 따라 수십 채의 집이 늘어선 이 마을은 현재 주민이 9명뿐이다. 평균 연령도 78.4세, 최연소자라고 해봤자 75세다.

일본이 도로 마을과 같은 ‘한계마을’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3일 보도했다. 한계마을이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이 전체 주민의 절반을 넘어 관혼상제나 공동 청소가 불가능해지는 등 공동체 유지가 ‘한계’에 다다른 마을을 말한다.

일본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현재 일본 전역의 한계마을은 7878곳에 이른다.

가장 큰 문제는 주민들의 생활이 극도로 불편하다는 점.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 쇼핑을 하거나 병원에 갈 때에는 수천 엔씩 내고 택시를 타야 한다. 농사를 지어도 마땅한 운반 수단이 없어 수확물을 그대로 방치해 둘 때가 많다.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논농사가 중단된 한계마을에서는 개구리와 반딧불이가 사라지고 있다.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산림이 홍수 때 엄청난 흙탕물을 쏟아내 하류 쪽 마을을 ‘진흙 바다’로 만든 일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계마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교토(京都) 부 아야베(綾部) 시는 올 4월 ‘한계마을 조례’를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한계마을로 이주하는 사람에게 첫 1년간 월 5만 엔(약 40만 원)씩 생활비를 지급하는 등의 이주 유도 대책이 골자다.

도쿠시마(德島) 가미가쓰(上勝) 정은 시민들이 승용차로 한계마을에 사는 고령자들을 병원 등에 태워다 주는 ‘수송자원봉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38개 광역단체가 모여 ‘전국한계마을연락협의회’를 결성했다. 중앙정부도 내년부터 3년간 이 문제 해결에 예산을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효과를 나타낼지는 미지수다. 메이지(明治)대 오다기리 도쿠미(小田切德美) 교수는 ‘한 마을의 장년(30∼64세) 인구가 한 번 4명 이하로 떨어지면 그 뒤는 어떤 대책을 내놔도 먹히지 않는다’는 실증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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