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협력회의 논의 결과 촉각
카타르 도하에서 3, 4일 이틀간 열리는 걸프협력회의(GCC)에 세계 금융시장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회의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6개 회원국 정상의 연례 회의로 2010년까지 단일 통화를 만드는 것이 주요 의제다. 하지만 이번에는 ‘각국 화폐와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의 폐지도 논의돼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쿠웨이트를 제외한 GCC 국가들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달러 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 중동 석유는 달러로 거래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달러의 가치가 떨어져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해지자 달러 페그제와 달러로 오일을 거래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달러 페그제 때문에 자국 통화 가치도 동반 하락해 유럽, 아시아 지역으로부터의 수입에서 불리해진 것도 달러 페그제를 바꾸고자 하는 요인이다. 통화가치 하락만큼 원자재나 소비재 수입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유가로 ‘오일 머니’가 유입되면서 늘어난 통화량이 국내 물가를 크게 끌어올려 인플레 압력을 받고 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의 물가 상승률은 최근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GCC가 달러 페그제를 폐지하면 석유를 달러로 거래하지 않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달러 가치 하락은 더욱 가속화돼 세계 경제에 또 한 차례 요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GCC 회의에서 달러 페그제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의 우방이자 GCC 국가들의 중심축인 사우디가 미국을 의식해 페그제 폐지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GCC 재무장관들은 2일 회의에서 예정대로 2010년까지 단일 통화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달러 페그제
자국 화폐를 고정된 달러 가치에 묶어 두고 정해진 환율로 교환을 약속한 환율제도이다. 중동 산유국들이 달러 페그제를 포기할 경우 오일 머니가 미국을 빠져나가 달러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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