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긴자 ‘맛있는 명품’ 바람

  • 입력 2007년 12월 5일 03시 02분


일본 도쿄역 부근에 새로 문을 연 백화점 ‘다이마루 도쿄’점은 “패션과 미식의 조화”를 주제로 한 매장 구성이 특징. 쇼핑 도중 쉴 수 있게 마련된 카페 ‘부아시에’(사진)는 1층에도 매장을 낸 프랑스의 전통 초콜릿점 ‘부아시에’가 원조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일본 도쿄역 부근에 새로 문을 연 백화점 ‘다이마루 도쿄’점은 “패션과 미식의 조화”를 주제로 한 매장 구성이 특징. 쇼핑 도중 쉴 수 있게 마련된 카페 ‘부아시에’(사진)는 1층에도 매장을 낸 프랑스의 전통 초콜릿점 ‘부아시에’가 원조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아르마니 레스토랑… 던힐 라운지… 구찌 카페

프랑스의 음식점 평가서 미슐랭가이드가 ‘세계 최고의 미식 도시’로 지정한 일본 도쿄(東京)라서일까. 요즘 도쿄 도심에는 패션과 음식을 융합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적 명품점이 즐비한 긴자(銀座)에는 명품매장이 있는 건물에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함께 여는 것이 유행이다. 지난달 7일 문을 연 ‘아르마니 긴자 타워’는 10층에 자사 브랜드로는 1호점인 이탈리안 음식점 ‘아르마니 레스토란테’를 개점했다.

대나무를 모티브로 한 중후한 인테리어에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73)가 직접 감수했다는 메뉴를 내놓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아르마니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연일 ‘예약 만원’이라고 한다. 매장 개장 때는 아르마니가 직접 건물 내부를 언론에 안내하며 “아르마니 브랜드의 세계를 의식주 모든 면으로 넓히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역시 긴자에 문을 연 ‘불가리 긴자 타워’ 최상층에도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바가 들어섰다. 영국의 남성 명품 브랜드 ‘던힐’도 1일 긴자에 ‘알프레드 던힐 긴자본점’을 내면서 바 라운지도 함께 열었다.

일본에서 명품 패션과 음식점의 결합을 시도한 선구자는 2004년 긴자점 10층에 프랑스 요리점 ‘베주 도쿄’를 낸 샤넬. 샤넬의 음식점은 세계에서 이곳뿐이라고 한다. ‘베주 도쿄’는 미슐랭가이드에서 별 하나를 받았다.

2006년 10월에는 에르메스가 긴자점에 세계 첫 카페를 설치했다. 이듬해 문을 연 구찌 긴자점은 밀라노에 이어 두 번째 카페를 개설했다.

고급 패션의 거리 오모테산도(表參道)에 지난달 2일 문을 연 패션빌딩 ‘자일’은 샤넬이나 불가리 등의 부티크가 모여 있지만 지하에는 일상 식재료를 다루는 점포 5개가 들어서 있다. 불가리는 ‘자일’ 점포에 오픈테라스가 있는 카페를 함께 열었다.

‘백화점의 얼굴’이라는 1층 매장을 세계의 디저트점만으로 채운 백화점도 생겨났다. 지난달 6일 도쿄역 부근에 새로 문을 연 백화점 다이마루(大丸) 도쿄점은 “패션과 ‘구르메’를 동시에 살리려다 보니 디저트 매장을 꾸미게 됐다”고 설명한다. 양과자를 사면 카운터에서 샴페인을 시음하게 해 주는 서비스도 인기다.

이처럼 세계적 브랜드들이 도쿄에서 음식점을 통해 경합을 벌이는 상황에 대해 일본 언론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음식을 통해 새로운 고객층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들 명품 브랜드 회사가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것은 “수준 높은 라이프스타일의 제안”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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