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개발’ 부시 허풍이었나

  • 입력 2007년 12월 5일 03시 02분


이란이 우라늄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2003년 가을에 중단했으며 이후 올여름까지는 핵무기개발 징후가 없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보고서가 공개됐다.

미 중앙정보국(CIA) 등 16개 정보기관이 일치된 의견을 담아 3일 공개한 ‘이란 정보평가 보고서’는 “이란이 2003년 가을 국제사회의 압력에 영향을 받아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고, 현재는 민간 발전용 핵 농축만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3년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했고(3월), 핵무기 개발에 나섰던 리비아가 영국과 미국이 주도한 물밑협상을 통해 ‘핵 포기 선언’을 했던(12월) 해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언제든지 군사용으로 전환이 가능하며, 현재처럼 핵 활동이 계속될 경우 2010∼2015년에는 핵무기를 제조할 분량의 우라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이란이 3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농축활동을 해 왔다”며 핵개발 규모를 언급한 바 있다.

미 정보당국은 이에 앞서 2005년 발표한 정보평가보고서에선 “핵무기 제조활동이 진행 중”이라는 의견을 낸 바 있어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이번 보고서는 또 “이슬람 신정(神政) 국가인 이란은 대외적인 자존심만 따지는 ‘불량국가’라기보다 특정 정책에 따른 비용 및 효과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체제”라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가 공개되자 백악관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압박정책이 효과를 본 것”이라며 스티븐 해들리 안보보좌관이 직접 홍보에 나섰다.

한편 중도 성향인 외교관계위원회(CFR)의 리처드 하스 회장은 CBS 방송에 출연해 “정보기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우려는 변하지 않았다”며 “호전적인 수사(修辭)는 줄어들 것이지만 외교적 압박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불과 1개월 전에도 ‘핵 무장한 이란은 제3차 세계대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란의 위협을 과장한 근거가 무엇이었느냐”고 따졌다.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2005년 이후 어느 시점에 어떤 근거로 정보 판단이 달라졌는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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