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많은 국가가 선거 경비는 줄이면서 투표율은 끌어올리는 방안으로 전자투표 방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자투표는 투표용지를 사용하지 않고 투개표 과정에서 전자장비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엔 정보기술(IT)의 발전에 힘입어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해 한층 진화된 전자투표를 시행하는 국가도 있다.
○ 전 세계 20여 개국 전자투표 시행
현재 공직선거에서 전자투표를 실시하는 나라는 노르웨이 미국 벨기에 스위스 영국 에스토니아 스위스 호주 등 20여 개국에 이른다.
세계 최초로 전자기기를 공직선거에 도입한 나라는 인도. 인도는 1982년 케랄라 주 노스파루르 시 시의원 선거에서 키패드 방식을 도입했다. 문맹률이 현재도 35%를 넘는 인도는 문맹자의 투표를 돕기 위해 문자 대신 연꽃 손바닥 등 각 정당의 상징 그림 아래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전자투표 시대를 열었다. 브라질도 1996년부터 키패드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컴퓨터 모니터에 표시된 후보 이름 부분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터치스크린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호주는 2001년 10월 총선에서 처음으로 터치스크린 방식을 도입했다. 미국은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 주 개표 과정에서 논란을 겪은 이후 본격적으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2004년 대선에서는 전체 투표자의 28.9%가 전자투표로 한 표를 행사했다.
영국은 개표 과정에 전자시스템을 도입했다. 2000년 런던시장 선거에 광학을 이용한 개표 시스템을 처음 가동했다.
○ 스위스와 에스토니아는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투표
국민이 750만 명에 불과한 스위스는 2001년 1월 제네바에서 세계 최초로 인터넷을 이용한 주민투표를 실시한 데 이어 2005년 10월에는 뷜라히에서 역시 세계에서 처음 휴대전화 단문메시지(SMS)로 주민투표를 시행해 IT를 이용한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에스토니아는 2007년 3월 총선에서 인터넷 투표를 시행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선거에서 인터넷 투표를 실시하기는 처음이다. 이는 국민 ID카드에 마이크로칩을 넣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만 오작동을 우려해 선거일 4일 전까지만 인터넷 투표를 허용했다.
프랑스와 루마니아는 2003년부터, 호주는 2007년부터 이라크 등 외국에 주둔한 군인 등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인터넷 투표를 시행하고 있다.
○ 오작동, 조작 등 문제점 여전
전자투표는 종종 발생하는 오작동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때 플로리다 주 제13선거구에서 터치스크린 오작동으로 당선자가 뒤바뀌는 사고가 일어나 피해자인 민주당이 재선거를 주장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2003년 일본 기후(岐阜) 현 지방선거에서도 기계 고장으로 선거무효 사태가 발생했다.
네덜란드에서는 2006년 10월 한 시민단체가 TV에 출연해 5분 안에 전자투표 기록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시연을 통해 증명해 보여 법원의 전자투표 금지 결정을 이끌어냈다.
전자투표에선 투표자의 신분 등이 노출될 위험이 커 비밀투표의 원칙을 지킬 수 없다는 점도 논란이 된다.
전자투표를 시행하는 주요 국가 사례 |
▽스위스-2001년 제네바에서 인터넷 이용한 주민투표 실시 (세계 최초)-2008년부터 모든 선거에서 인터넷 투표 시행 예정 |
▽에스토니아-2005년 지방선거에서 전자투표-2007년 총선에서 기존 방식과 병행해 인터넷 투표 실시 |
▽브라질-1996년 버튼 누르는 키패드 방식 전자투표 시범 실시-2000년 모든 선거에서 전자투표 |
▽인도-1982년 케랄라 주에서 키패드 방식 전자투표-2003년 전자투표 전국으로 확대 |
▽미국-2004년 대선에서 터치스크린 방식 전자투표 (전체 투표자의 28.9%)-2006년 중간선거에서 전자투표 (전체 투표자의 38%) |
▽호주-2001년 총선에서 터치스크린 방식 전자투표 (전체 투표자의 8.3%)-2007년 총선에서 해외 파병 군인 대상 인터넷 투표 |
▽루마니아-2003년 총선에서 해외 파병 군인 대상 인터넷투표 |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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