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도 비켜가는 ‘V VIP급’

미국의 대표적 도심 공원인 센트럴파크 전경. 미국 뉴욕 시 맨해튼 내 최고급 아파트는 대부분이 이 공원 주변에 밀집돼 있다. 사진 제공 멀티캐피털그룹

공원 서쪽 아파트 올 57% 급등… 평균 거래가 315만 달러

서브프라임도 비켜가는 ‘V VIP급’

최근 미국 뉴욕 시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주변 지역 아파트에 관심을 갖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해외 부동산 투자 규제 완화 조치로 투자해 볼 만한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부호(富豪)들이 산다는 센트럴파크 주변 고급 아파트들을 둘러봤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센트럴파크는 세계 최고 땅값을 자랑하는 맨해튼 한복판에 서울 여의도(313만여 m²·95만 평)보다 넓은 면적(346만여 m²·105만 평)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적인 도시공원이다.

맨해튼에 사무실을 둔 보험회사 ‘윌리스 코리아 글로벌’의 김용문 부사장은 “센트럴파크는 뉴욕 시 전체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허파이자 스트레스에 찌든 뉴욕시민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오아시스”라고 말했다.

이 센트럴파크 공원 서쪽에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회백색의 화강석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들 건물 출구에는 검은색 연미복이나 고급 신사 정장으로 멋을 한껏 낸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세계에서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맨해튼에서도 최고가를 자랑하는 고급 아파트들이다.

이들 가운데 하나인 ‘15 센트럴파크 웨스트’는 올해 초 분양하면서 최상층 펜트하우스(626m²)의 3.3m²당 분양가를 2억1200만 원으로 책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고공 행진하는 센트럴파크 주변 집값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로 미국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지만 센트럴파크 서쪽 고급 아파트들은 예외다.

미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체 부동산 가격은 올해 9월 말 현재 1년 전보다 4.2% 떨어졌다.

그런데 센트럴파크 서쪽 아파트들은 같은 기간 200만 달러(약 18억 원)에서 314만7500달러로 57%나 폭등했다.

이에 따라 맨해튼 지역 아파트의 평균 거래 가격도 131만9370달러로 1년 전 104만9055달러보다 26% 올랐다.

센트럴파크 주변 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뜨거워지자 주변 호텔이나 사무실을 주거시설로 바꾸는 리모델링 사업도 활발하다.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부동산투자금융 컨설팅업체 ‘멀티캐피털그룹’의 구강모 애널리스트는 “2005∼2006년에 맨해튼 센트럴파크 주변에서 상업용이나 업무용 건물을 주거용으로 바꾸려는 건축허가 신청 건수가 100건이 넘는다”고 말했다.

○ 센트럴파크 조망권 3.3m²당 2000만 원…인기 당분간 지속될 듯

이 같은 인기는 세계 경제 및 문화의 중심지로서 맨해튼을 찾는 세계적 수요층이 두껍게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월스트리트 금융가를 중심으로 미국 내 많은 기업이 장기 호황을 누리면서 직원들의 급여가 꾸준히 증가한 데서 비롯됐다.

9·11테러 이후 치안이 대폭 강화됐고 학군과 커뮤니티가 잘 구축돼 있다는 점도 맨해튼의 인기를 높이는 요인이다.

여기에 도심 속 쉼터이자 다양한 문화 및 여가생활을 제공하는 센트럴파크의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맨해튼 지역 부동산중개 전문업체인 ‘할스테드’에 근무하는 정철영 중개사는 “같은 맨해튼 아파트라도 센트럴파크 조망 여부에 따라 집값은 수백만 달러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2005년 기준으로 센트럴파크 조망권의 공식 가격은 3.3m²당 1580만 원.

2년이 지난 현재 가치를 고려하면 2000만 원은 훌쩍 넘어설 것으로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멀티캐피털그룹의 파트너인 아브라함 지거만 씨는 “전 세계의 부호들을 중심으로 맨해튼에 입성하려는 대기 수요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센트럴파크 주변 지역 고급 아파트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