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공화당 聖戰

  • 입력 2007년 12월 10일 02시 59분


모르몬교 롬니 지지율 발목잡혀

침례교 목사 출신 허커비는 돌풍

“정교분리 원칙 훼손” 우려 목소리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은 성전(聖戰·Holy War)?

무명이나 다름없던 침례교 목사 출신 마이크 허커비(전 아칸소 주지사) 후보가 전국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유력 후보로 꼽히던 미트 롬니(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후보는 모르몬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지지율 상승에 발목이 잡혔다.

이를 두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는 커버스토리에서 “내년 1월 3일 실시되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후보들의 종교적 신념을 검증하는 성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롬니 후보는 자신이 모르몬교라는 이유로 공화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기독교 복음주의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자 6일 반박에 나섰다.

그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도서관에서 행한 연설에서 “주지사 시절 종교와 정치를 혼동한 적이 없었으며 대통령이 돼도 이를 혼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롬니 후보가 이날 연설에서 지적했듯 미 수정 헌법 제1조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또 헌법 6조는 “공직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종교적 검증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가에서 종교적 검증은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다.

허커비 후보의 돌풍은 정교(政敎)분리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음을 입증하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미국을 ‘기독교 국가’라고 했다. 최근 공화당 후보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은 “당신은 성경 말씀을 모두 믿는가”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사실 이런 종교 전쟁은 미국 대선 역사에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800년 대선 때는 “존 애덤스를 찍으면 하나님과 함께하고 토머스 제퍼슨을 찍으면 하나님과 함께할 수 없다”는 정치 광고가 유행했다. 1908년 대선 때도 유일교 신도인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후보는 기독교 복음주의자들로부터 “배교자”라고 공격당했다.

뉴스위크는 “종교가 정치의 영역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면 신권정치(theocracy)와 종교적 박해가 횡행했던 과거의 역사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도 7일자 사설에서 “신념을 가지고 미국의 도덕적 평판을 복원해야 할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에 대통령 자질과는 무관한 종교 문제로 씨름하는 것을 보는 것은 비극이다”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특히 “존 F 케네디는 대선 후보 시절 가톨릭교도라는 공격을 받자 ‘미국에서 정교 분리는 절대적 가치’라고 용기 있게 주장했으나 롬니 후보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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