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경기 과열과 물가 폭등을 억제하기 위해 초긴축 통화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궈런민(中國人民)은행은 25일자로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현행 13.5%에서 14.5%로 1%포인트 인상한다고 8일 발표했다. 이 같은 지준율은 1985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 수치다.
▽초강도 긴축… 22년 만의 최고 지준율=지준율 인상은 올해 들어 10번째이고, 중국 정부가 지준율을 올리기 시작한 2003년 9월 이후로는 15번째다.
중국 정부는 2003년 9월 경기 과열이 예상되자 당시 6%이던 지준율을 7%로 1%포인트 올린 뒤 최근까지 0.5%포인트씩 인상해 왔다.
이번 조치는 5일 폐막한 내년도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의 기조를 안정에서 긴축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뒤 사흘 만에 나온 것으로, 경기 과열과 물가 앙등을 강력하게 억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준율을 0.5%포인트씩 올리던 데서 벗어나 일거에 1%포인트를 올린 것은 그만큼 정부와 중앙은행의 긴축 의지가 강력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배경은 경기 과열과 물가 폭등=중국 정부가 1998년 이후 10년간 지속해 온 ‘안정’ 위주의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바꾼 것은 5년째 계속되는 두 자릿수의 과열 성장과 통화팽창에 따른 물가 폭등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03년부터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지준율을 14차례 올리는 외에 금리도 8차례 올렸지만 과열 경기는 식을 줄 몰랐다.
올해 중국의 예상 성장률은 11.6%로 1994년 이래 1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성장률 예상치도 11.0%에 이른다.
올해 10월 말 현재 도시의 고정자산 투자증가율 역시 26.9%로 지난해 24.3%보다 올랐다. 학자들은 고정자산 투자증가율이 25%를 넘으면 ‘경기 과열’로 진단한다.
통화량도 올해 10월 말 현재 39조4200억 위안(약 4897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7%나 늘었다.
10월 말 현재 신규 대출 증가액은 3조5050억 위안(약 435조 원)으로 지난해 전체보다 많다.
이에 따라 물가도 올해 들어 최고 6.5%나 올라 최근 10년간 ―1.4∼3.9% 선이었던 물가 안정추세가 완전히 무너졌다.
▽통화량 4000억 위안 회수… 과열 잡을지는 미지수=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약 4000억 위안(약 49조6880억 원)의 통화량이 회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중국의 과열 경기가 수그러들지는 불확실하다.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화폐이론 및 화폐정책 연구실 펑싱윈(彭興韻) 주임은 “경제지표의 변화에 따라 금리와 지준율이 재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추가 조치가 나올 수 있음을 암시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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