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가 1845년부터 집계해 온 식품물가지수는 2007년에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밀 가격은 올해 5월 t당 200달러에서 9월에는 400달러로 두 배 뛰었고 옥수수 값도 전년보다 50%가량 올랐다.
세계 식료품 가격은 1974년 이후 생산성 개선과 무역 확대에 힘입어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 왔다. 그러나 2005년 이후에는 식료품 가격이 75%나 뛰어오르며 곳곳에서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현상)이 심각해진 상황이다.
이는 인구 대국인 ‘친디아(중국과 인도)’의 식단 변화와 국제적인 에탄올 개발 등이 식료품 공급 부족의 도미노 현상을 낳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중국과 인도 가정에선 경제성장으로 생활이 안정되면서 육류 소비가 폭증했다. 농가에서 가축 사료로 쓰이는 곡물 수요가 늘면서 사람이 먹는 농작물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옥수수를 활용한 대체연료인 에탄올 개발에 적극 나선 것도 큰 원인이다. 농민들이 너도나도 수익성이 좋은 에탄올 추출용 옥수수 재배에 나섬에 따라 시장에서 식용 옥수수의 공급이 줄어들고 다른 작물의 생산도 덩달아 감소했다.
식료품 가격의 급등은 특히 일본이나 멕시코 등 수입 농산물 의존도가 높은 국가 경제에 치명적이라고 이 잡지는 전했다. 최근 밀가루 값이 대폭 인상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빈곤국가의 타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카고대 게리 베커 교수는 식료품 가격이 30%가량 인상될 경우 선진국은 생활수준이 3%가량 퇴보하는 반면 빈곤국은 생활수준이 약 20%나 뒷걸음질을 친다고 지적했다. 국제 구호단체의 식량 원조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고유가로 혜택을 본 원유 생산국들처럼 농산물 수출국의 수익이 증대되면서 세계 경제의 부(富)가 재편될 수 있다고 이 잡지는 전망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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