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연료까지 빼가다니…고유가에 기름도둑 극성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국제 원유가 급등으로 일본에서 휘발유와 등유 등의 가격이 상승하자 ‘기름 절도’가 성행하고 있다. 원자재 구입난으로 금속류 가격이 오르자 하수도 맨홀과 전선 등을 닥치는 대로 훔쳐갔던 현상에 이은 ‘2차 절도 붐’인 셈이다.

10일 일본 경찰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이달 2일 에히메(愛媛) 현 우와지마(宇和島) 시의 한 소방서에서는 소방차 연료가 도난당해 제때 훈련을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와지마 시의 자체 조사 결과 소방차 연료 도난은 모두 9곳에서 발생했다. 도난당한 연료는 280L에 이르렀다. 범인들은 연료탱크의 뚜껑을 열고 휴대용 소형 펌프를 이용해 석유류를 빼내 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에(三重) 현 시마(志摩) 시와 홋카이도(北海道) 하코다테(函館) 시에서는 지난달부터 어선 등 정박 중인 선박의 휘발유 도난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현지 어민들은 어선용 가솔린 가격이 이달 들어 L당 5엔이나 올라 도난 사건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체 방범조를 편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시카와(石川) 현에도 가옥 외부에 설치된 기름 탱크에서 펌프 등을 이용해 등유를 빼내 가는 사례가 잇따르자 경찰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 측은 일단 주민들에게 기름 탱크는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장소에 놓고 덮개를 씌워 자물쇠를 채우라고 당부하고 있다.

홋카이도 삿포로(札幌) 시에서는 9월부터 11월 초까지 2개월여간 등유를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12건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삿포로 시 일부 지역에서는 자물쇠가 달린 연료 탱크 뚜껑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

일본 경찰은 휘발유의 경우 11월 L당 150엔대를 돌파하고 이달 들어 155엔 안팎으로 더 오른 데다 겨울철을 맞아 난방용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절도사건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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