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알제리 수도 알제의 유엔 현지 사무소 밀집 지역과 대법원 청사 앞에서 2건의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62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고 AFP통신이 현지 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첫 번째 폭발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과 유엔개발계획(UNDP)의 현지 사무소가 위치한 히드라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어 10여 분 뒤 대법원 청사 앞에서도 차량 폭탄이 터졌다. 폭발 현장 인근에서 통학버스를 타고 지나던 대학생들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내무부의 한 소식통은 대법원 청사 앞 폭발로 최소 30여 명이 숨지고, 유엔 청사에서 발생한 폭발로 최소 1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부상자들이 추가로 발견되고 있고 피해자 중 중상자도 많아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제네바 UNDP 본부의 잔 파브리 대변인은 “현지인 유엔 직원 12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폭발이 일어난 현장 주변에는 도로에 커다란 구덩이가 파이고 UNHCR 청사의 한쪽 벽면이 무너져 앙상한 건물의 뼈대가 드러났다.
야지드 제르후니 알제리 내무장관은 두 곳의 폭발 모두 차량 자살테러범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번 테러의 용의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올해 알제리에서 발생한 6차례의 폭탄 테러를 모두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머그레브 알 카에다’라는 테러단체일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 단체는 1990년대 이슬람 과격 테러단체였던 ‘살라피스트 선교전투그룹(GSPC)’에서 파생돼 나왔으며 오사마 빈 라덴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제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 석유 매장량 118억 배럴(세계 14위), 천연가스 매장량 4조5500억 m³(세계 8위)의 자원부국이다. 그러나 1990년대 20만 명 이상이 희생되는 극심한 내전으로 몸살을 앓았다.
1999년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급속히 안정을 찾아 최근 몇 년 간은 아프리카 국가들 중 국가위험도가 가장 낮은 나라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통령을 노린 자살폭탄테러 등이 잇달아 발생해 상황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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