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독립국 지위를 외교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 ‘실제적(de facto) 국가’로는 압하지야, 나고르노카라바흐(이상 1992년 독립선언), 남오세티야(1991년), 트란스드네스트르(1990년) 북키프로스(1983년) 소말릴란드(1991년) 등 6개국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예전에 속해 있던 나라와 각각 민족적 종교적 갈등을 겪은 끝에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는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그루지야에 반발해 다시 독립을 선언한 나라들. 소수민족인 압하즈족과 오세티야족은 다수 민족인 그루지야의 민족주의 확산에 불안을 느껴 분리운동을 펼쳤다. 그루지야는 압하지야에 3000명의 군인을 보내 강제진압에 나섰지만 이들은 산악 게릴라전으로 맞섰다. 결국 그루지야는 1992년 남오세티야, 1994년 압하지야와 휴전 협정을 맺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이슬람교가 다수인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둘러싸여 있지만 정교회를 믿는 아르메니아인이 76.4%를 차지해 ‘아르메니아인의 섬’ 같은 지역. 아르메니아인들은 1992년 독립을 선언하고 2년 동안 내전을 벌인 끝에 1994년 휴전 협정을 이끌어내고 자치권을 획득했다.
북키프로스는 1974년 그리스계가 키프로스에서 쿠데타를 일으키자 터키가 키프로스를 침공해 북부의 터키계 다수 지역을 점령하면서 생겨났다. 2004년 남북 키프로스가 통일 찬반투표를 했지만 그리스계가 다수인 남쪽의 반대로 무산됐다.
소말릴란드는 영국 지배를 받던 지역으로 이탈리아 지배령 출신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 장군이 소말리아의 정권을 잡은 뒤 강압통치를 하자 봉기를 일으켜 분리 독립을 선언했다. 트란스드네스트르는 몰도바의 친서방 노선에 반대해 러시아와 관계 유지를 요구하며 분리 독립을 선택했다.
이 국가들은 분리 독립 과정에서 대부분 내전을 겪었지만 남오세티야를 제외하곤 1994년 이후에 국경 무력 충돌이 없었다. 소강상태가 고착된 것. 이렇다 보니 이들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식은 지 오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 6개 국가에 ‘분리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여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 트란스드네스트르의 분리 독립 과정을 배후에서 지원한 러시아도 국제적 부담 때문에 ‘나 몰라라’하긴 마찬가지다. 터키만이 북키프로스를 유일하게 인정하고 있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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