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더스의 개’ 일본인만 눈물 흘린다?

  • 입력 2007년 12월 26일 02시 59분


벨기에 영화감독 “유럽인은 네로 죽음에 무덤덤”

벨기에 안트베르펜의 노트르담 성당에는 루벤스의 명화 ‘성모의 승천’이 걸려 있다. 그림을 보며 눈시울을 훔치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영국 작가 위다의 소설 ‘플랜더스의 개’(사진은 동명 만화)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벨기에인들은 이들의 눈물에 의아해하기 일쑤다. 왜 유럽인이 아닌 일본인들이 유독 ‘플랜더스의 개’ 이야기에 공감할까.

동화의 무대인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플랜더스) 지방에 사는 30대 영화감독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그 해답을 내놓았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5일 보도했다.

디디에 보르카르트 감독은 세계 6개국을 돌며 100명 이상을 인터뷰한 뒤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그가 만난 유럽인들은 대체로 애견 파트라슈와 함께 하늘나라로 가는 주인공 네로에게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고작 ‘현실 부적응자’라는 정도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일본인들이 비극적인 줄거리에 감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보르카르트 감독은 이를 일본인들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멸망의 미학’으로 설명했다.

프로듀서 안 반딘데렐 씨는 “일본인은 신의와 우정을 위해 패배와 좌절을 받아들이는 데 대해 일종의 숭고함을 느낀다”며 “네로가 죽는 방식은 일본인들의 가치관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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