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익혀도 같은 맛”
베이징(北京)의 대표적인 요리 중 하나인 ‘베이징 오리구이’의 요리법을 놓고 중국인 사이에 논쟁이 한창이다.
발단은 베이징의 유명 오리구이점인 ‘취안쥐더(全聚德)’가 과일나무를 사용해 오리를 굽는 전통적인 방식을 포기하겠다고 최근 선언하면서부터다. 취안쥐더 측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앞으론 목재 대신 전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과일나무 목재가 날로 비싸지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에 오리구이 애호가들은 과일나무를 사용해야 나무 특유의 향이 오리고기에 배어드는데 전기로를 사용하면 오리구이의 참맛을 잃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학자들도 전기로를 사용하면 중국 전통의 오리구이 요리법이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취안쥐더 측은 “오리 고기에 과일나무의 진액을 발라 전통의 맛을 유지하겠다”며 고객들을 달래고 있다.
‘베이징 오리구이’는 생후 3개월 된 2.5∼3kg의 비육 오리를 잡아 서늘한 그늘에서 24시간(봄, 가을 기준)가량 숙성시킨 뒤 나무토막의 무게가 1.5kg 이상 나가는 대추나무 또는 배나무 줄기를 사용해 45분간 구워야 가장 맛있다.
화덕에서 오리를 뒤집는 시간 간격과 목재로 사용하는 나무의 크기와 부위 등이 모두 오리고기의 맛에 영향을 주지만 자세한 요리법은 영업비밀이다.
현재 전 세계에 70여 개의 체인점을 운영하는 취안쥐더는 1864년 오리 매매 상인인 양취안런(楊全仁)이 처음 설립했다.
그는 도산 직전의 말린 과일 가게 ‘더쥐취안(德聚全)’을 인수한 뒤 이름을 바꿔야 성공한다는 풍수지리가의 조언에 따라 상호를 ‘취안쥐더’로 바꾸고 황실의 오리구이 요리사 쑨(孫) 씨를 영입해 성공신화를 일궜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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