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인기, 政事보다 情事

  • 입력 2007년 12월 2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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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정치인 사생활 非보도’ 불문율 깨지나

니콜라 사르코지(52)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25일 이집트를 방문했다. 20일 처음으로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하고 22일엔 아프가니스탄을 깜짝 방문해 추가 파병을 약속한 데 이은 행보다.

그러나 외신들이 주목한 것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외교 동선이 아니라 슈퍼모델 출신의 애인 카를라 브루니(39) 씨의 동행 여부였다. 30일로 예정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의 공식 회담 의제에 관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외신들은 이에 앞서 ‘사르코지 교황청 방문에 브루니 동행 무산’ ‘국사(國事)와 정사(情事)’ ‘사르코지, 자기보다 13cm 큰 톱모델을 사랑하다’ 등 숨 가쁘게 두 사람의 애정 행각을 쫓는 기사를 쏟아냈다.

정치인에 대해서도 사생활은 묻지 않는다는 프랑스 언론의 전통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에서는 ‘정치인의 허리 아래 문제는 얘기하지 않는다’는 전통 탓에 역대 대통령의 내연관계나 혼외정사 소식도 먼 훗날에야 알려지곤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사생활 노출은 10월 18일 부인 세실리아와의 이혼 발표와 이달 15일 브루니 씨와의 파리 디즈니랜드 데이트를 계기로 불붙기 시작했고, 25일 두 사람이 성탄절 휴가를 보내기 위해 이집트 남부 룩소르에 도착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사진기자와 파파라치들은 시내에 배치된 이집트 보안 요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두 연인의 다정한 모습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공영방송 프랑스 2TV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브루니 씨가 호텔에 3일간 머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호텔로 들어갈 땐 브루니 씨의 손을 잡고 가다 나일 강을 산책할 땐 브루니 씨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고 묘사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애에 대해 프랑스인 10명 중 9명은 “두 사람의 로맨스는 사적인 문제”(일요신문 르 주르날 뒤 디망슈의 여론조사)라며 여전히 개의치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일간 르 파리지앵은 “PR에 능한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자신의 사생활을 이용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야당인 사회당도 사르코지 대통령이 할리우드 스타처럼 사생활을 의도적으로 노출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이벤트로 가득한 사랑을 즐길 권리는 있지만 이런 것들은 (공적 영역에서) 분리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에 앞서 세골렌 루아얄 전 사회당 대선 후보도 사생활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비키니 차림의 늘씬한 몸매를 담은 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환경장관 시절에는 기자를 불러 침대에 정부 서류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채 자녀를 돌보는 사진을 찍게 했다.

칼럼니스트 주디스 워너 씨는 당시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프랑스는 정치인의 사생활을 공직수행 능력의 평가 기준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같은 사건으로 시끄러운 미국보다 한 차원 높은 정치적 담론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서 정치인의 사생활 보호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논평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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