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진실과 바꾼 언론인들

  • 입력 2007년 12월 28일 02시 57분


살리 사이프 알딘 기자.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바그다드 통신원이던 그는 10월 15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폭격당한 민가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누군가가 가까이에서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고 알딘 기자는 한 발의 총성과 함께 32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시아파 민병대와 수니파 폭도 간의 종파 분쟁을 주로 취재해 온 그는 양쪽으로부터 수차례 구타당하고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신변 보호를 위해 ‘살리 데헤마’라는 가명까지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올 한 해 알딘 기자처럼 위험천만한 취재 현장을 지키며 세상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다 희생된 언론인이 6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 66명의 언론인이 순직했던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CPJ는 이 밖에 언론인 22명의 죽음이 취재와 관련돼 있는가를 조사 중이어서 순직 언론인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언론인의 희생이 가장 컸던 곳은 이라크. 올해에는 31명의 기자가 취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에서 일하는 기자들에게는 출퇴근이라는 평범한 일상조차 목숨을 걸어야 하는 모험이다. 뉴욕타임스의 바그다드 통신원이던 할리드 하산(23) 기자는 출근길에 어디선가 날아든 총탄에 맞아 홀어머니와 여동생 넷을 남기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2003년 이라크전쟁이 시작된 후로 이라크에서 순직한 언론인은 124명에 이른다. 이는 언론사 경호원과 운전사로 일하다 사망한 49명을 제외한 수다.

언론의 비판 보도를 싫어하는 세력은 언론인의 가족도 위협했다.

‘국립 이라크 뉴스통신사’의 사하르 후세인 알리 알헤이다리(44) 기자는 6월 7일 모술에서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자살 폭탄테러 사건을 주로 취재하던 그와 가족은 수차례 살해 위협을 받았다. 그의 남편과 네 자녀는 시리아와 다마스커스로 피신해 위기를 모면했지만 대신 딸의 약혼자가 지난해 8월 살해됐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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