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운동…옥고…망명…이슬람 최초 여성지도자 부토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12월 28일 02시 57분


27일 테러로 사망한 베나지르 부토(사진) 전 파키스탄 총리는 35세의 나이에 이슬람 국가의 첫 여성 총리가 된 거물급 정치인이다.

그가 ‘아시아의 여걸’로 우뚝 서게 된 데는 ‘파키스탄의 케네디가(家)’로 불리는 집안의 힘이 컸다.

할아버지 샤 나와즈 부토는 신드 주(州)의 대지주이자 사업가로 ‘신드인민당’을 창당했다. 아버지 줄피카르 알리 부토는 1967년 파키스탄인민당(PPP)을 창당해 1971년 13년간의 군정(軍政)을 끝내고 민간인 출신 대통령에 취임해 대통령과 총리를 번갈아가며 6년간 파키스탄을 통치했다.

부토 전 총리는 1953년 6월 21일 신드 주 주도이자 파키스탄에서 가장 큰 항구인 카라치에서 알리 부토 전 대통령과 두 번째 부인 누스라트 사이에서 첫딸로 태어났다.

얼굴이 붉어 ‘핑키’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부토 전 총리는 두 남동생을 제치고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목돼 특별 교육을 받았다.

미국 명문 래드클리프대(훗날 하버드대로 통합된 여자 대학)와 하버드대, 아버지의 모교이기도 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1977년 6월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24세의 부토 전 총리에게는 엄청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귀국한 지 2주 만에 아버지 부토 대통령이 선거 부정으로 민심을 잃고 군부의 쿠데타로 물러났다. 아버지는 이어 정적의 살해를 사주한 혐의로 기소돼 1979년 교수형을 당했다.

아버지의 몰락과 동시에 부토 전 총리도 가택연금과 수감생활을 반복했다. 그는 영국 런던으로 망명해 그곳에서 PPP 출신을 규합해 당을 재건하고 아버지를 실각시킨 군부독재 반대 여론 조성에 나섰다.

군정의 계엄령 해제 후 1986년 귀국한 부토 전 총리는 1988년 선거 열풍을 일으키며 총리에 당선됐다.

부토 전 총리는 훌륭한 반독재 투사였지만 국정 운영능력은 기대 밖이었다.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는 리더십도 부족했다. 그의 내각은 무능하고 부패했다는 비난 속에 해산됐다. 1993년 다시 총리가 됐지만 이번에는 남편의 부패 혐의까지 떠안고 1996년 실각했다.

8년간의 망명 생활을 접고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의 권력 분점설이 나도는 가운데 10월 귀국한 부토 전 총리는 여전히 높은 정치적 인기를 과시하며 내년 1월 8일 총선에서 재기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교수형과 의문사로 앞서 간 아버지와 두 남동생에 이어 그도 27일 라왈핀디에서 테러로 54세의 생을 마감했다. 28년 전 아버지가 교수형 당한 그 도시였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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